마구간·판자촌 등 문화재 실태조사…등록문화재 추진
(부산=연합뉴스) 김상현 기자 = 부산 동구 좌천동과 범일5동 일대는 도심 속 시간이 멈춘 마을로 불린다.
1913년부터 1938년까지 수정·초량·좌천동 앞바다를 매립하면서 생겨난 땅에 촌락이 형성돼 지금까지도 매축지(埋築地)마을로 불린다.
이곳에는 일제강점기 부산항으로 들여온 각종 짐과 화물을 운반하던 말과 마부들이 쉬고 생활하던 마구간이 있었다.
해방 이후 6·25전쟁을 거치면서 부산으로 내려온 피란민들이 매축지마을 마구간을 칸칸이 잘라 생활공간으로 이용하면서 판자촌이 형성됐다.
석탄과 연탄 화로를 사용하는 오래된 집들이 따닥따닥 붙어 있는 '시간이 멈춘 골목'도 있고, 3차례에 걸친 대형 화재에도 타지 않고 원형을 간직한 흙집도 남아있다.
부산시는 일제강점기부터 해방 이후를 거쳐 지금까지 부산의 근·현대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매축지마을을 역사자원으로 보존하기로 했다고 10일 밝혔다.
시는 최근 매축지마을 현장 조사를 벌인 결과 마을 형성기 때부터 만들어졌던 마구간은 완전히 멸실한 것으로 확인했다.
다만 이 자리에 1950년대 이후 형성된 판자촌 등이 옛 모습을 간직한 채 남았다.
시는 전문가와 함께 매축지마을 문화재 실태조사를 벌인 뒤 결과를 바탕으로 등록문화재로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매축지마을은 지난해 초 자체적으로 역사 흔적을 간직한 마을 내 8개 시설과 장소를 '마을 문화재'로 지정해 안내판을 설치하고 보호에 나섰다.
부산에 남은 근현대 역사유산 가운데 매축지마을과 가장 비슷한 곳이 부산 남구 우암동 소(牛)막마을이다.
소막마을은 1924년 일제가 우리나라 소를 일본으로 실어 내기 위해 지은 임시 막사가 원형이다.
중앙통로를 중심으로 양쪽에 소를 가두는 막사였던 이곳을 해방 이후 귀환 동포와 6·25전쟁 이후 피란민들이 주거시설로 바꿔 살기 시작하면서 마을을 형성했다.
인근 공장과 항만 등지에서 일하던 가난한 도시 노동자들이 살면서 60년대에는 모두 25가구에 100여명이 거주하기도 했다.
소막마을은 지난해 5월 등록문화재 제715호로 지정되면서 원형 복원 등 근대역사문화 공간 재생사업을 벌일 예정이다.
부산시는 소막마을과 매축지마을 등을 비극적인 역사의 현장을 둘러보는 '다크투어 관광구역'으로 만들고 피란수도 문화유산과 연결하는 관광코스로도 활용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소막마을이나 매축지마을은 모두 일제강점기 이후 부산 근·현대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역사유산"이라며 "이를 잘 보존하고 정비해 부산의 역사자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josep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