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란은 유럽연합(EU)이 유럽에서 일어난 테러에 이란 정부가 개입했다는 이유로 대이란 제재를 부과하기로 한 데 대해 유럽 정부가 오히려 테러조직을 비호한다고 반박했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9일(현지시간) "EU는 테러조직인 무자헤딘에할크(MKO 또는 MEK)를 비호하고 있다"며 "이란에 대한 의혹을 증폭해 MKO를 옹호하는 EU의 책임을 물타기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덴마크, 폴란드, 프랑스가 MKO를 은닉하고 있다"며 "MKO는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을 도와 쿠르드족 학살에 가담하는 등 무고한 1만2천명을 죽인 집단이다"라고 비판했다.
MKO는 파리에 본부를 둔 대표적인 이란 반체제 단체다. 1960년대 마르크스주의를 신봉하며 설립됐다.
초기엔 미국과 친미 왕정에 반대했으나 1979년 이란 이슬람혁명 이후 친서방 노선으로 변신, 이란을 적대하는 서방의 암묵적인 지원 속에 이란의 신정일치 통치와 인권 탄압을 비판하고, 정권 전복을 주장한다.
1980년대에는 후세인 정권과 결탁해 이라크로 근거지를 옮겼다. 1981년 이란 대통령과 총리를 살해하는 등 과격 무장 투쟁을 벌이기도 했고, 현재는 이념적으로 민주주의를 지지한다고 표방한다.
이란은 이들을 테러조직으로 규정하지만 미국은 2012년 국제테러단체 명단에서 제외했다. 서방 언론은 MKO를 '이란 출신 망명자 조직'이라고 칭한다.
매년 파리에서 열리는 연례행사에는 미국과 유럽의 강경 보수 성향의 정치인들이 참석한다.
이란 정부는 자국에서 일어나는 반정부 시위를 선동한 배후로 MKO를 자주 지목한다.
전날 EU는 덴마크와 프랑스에서 적발된 유럽 망명 '이란 반체제 인사들'(MKO 조직원)을 암살하려는 음모에 이란 정부가 개입했다면서 이란 정보기관과 연관된 이란인 2명과 단체 1곳에 대해 제재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들에 대해선 EU 역내 자산이 동결되고, EU 역내로의 여행이 전면 금지된다.
작년 10월 덴마크 경찰은 이란 정보기관이 덴마크에 망명한 이란의 반체제 인사를 암살하려는 음모에 개입했다고 발표하고 이를 강력히 비난했다.
또 작년 5월에는 벨기에와 프랑스 당국 등이 파리에서 열린 MKO 단합 행사에 폭탄 테러공격을 벌이려고 했던 음모를 적발하고 이란 국적의 용의자들을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EU 측은 이란 핵합의와 이란 정보기관의 테러음모 연루 의혹 사건은 본질적으로 다른 문제라고 주장하지만 미국의 일방적인 핵합의 탈퇴에 맞서 이란과 EU가 유지하는 '공동 전선'에는 악재다.
자리프 장관은 전날 EU가 이란과 교역을 전담하는 금융 회사를 설립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며 "마냥 EU를 기다리지는 않겠다"고 경고했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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