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 텃밭 스페인 안달루시아서 극우정당, 지방정부와 연대

입력 2019-01-10 12:21  

좌파 텃밭 스페인 안달루시아서 극우정당, 지방정부와 연대
선거서 약진한 극우정당 '복스', 연정서 빠지되 지지하기로…프랑코 독재 종식 후 40여년만에 처음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 중도좌파 사회당의 전통적 텃밭인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주(州)에서 극우 정당의 지지 아래 우파 정당 연합정부가 구성되게 됐다고 로이터 통신과 영국 BBC 방송 등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수 정당인 국민당(PP)과 중도우파 시민당이 연합정부를 구성하기로 한 가운데 극우 성향의 복스(Vox, '목소리'라는 뜻)가 연정에 참여하지는 않되 표를 주기로 한 것이다.
2013년 설립된 신생 정당인 복스는 반(反)이민, 카탈루냐 분리독립 반대, 가정폭력 방지법 폐지 등의 노선을 표방하고 있다.
40년 가까이 이어진 프란시스코 프랑코의 군사독재가 1975년 종식된 이후 44년간 극우 정당은 스페인의 중앙·지방정치 무대에 진출하지 못했다.
그러나 작년 12월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복스는 예상 밖으로 선전하며 스페인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안달루시아 지방의회에 12석을 확보했다.
외신들은 안달루시아가 이런 변화의 무대가 된 이유로 이 지역의 높은 실업률과 이 지역이 지중해를 건너오는 이민자들의 유입로가 되고 있다는 점을 꼽고 있다.
이번 연정 구성으로 1982년 이래 36년간 집권 사회당(PSOE)이 장기 집권해온 안달루시아 지방정부는 우파 정당 연합에 넘어가게 됐다.
복스는 지지의 대가로 국민당과 37개 조항의 합의서에 서명했다. 여기에는 불법 이민에 대처하고 지방세를 감면하는 한편 이슬람 근본주의를 방지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로이터는 "극우정당이 프랑코의 독재 종식 이후 44년 만에 처음으로 스페인의 지방정부 구성에서 역할을 맡게 됐다"며 "복스가 안달루시아에서 캐스팅보트를 쥐게 됐다"고 보도했다.
하비에르 오르테가 복스 사무총장은 "오늘 불법 이민과 부패는 패배하고, 안달루시아 주민, 가족의 보호, 더 다원적인 정치는 승리했다"고 말했다.
작년 12월 선거에서 국민당은 26석을, 시민당은 21석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총 109석인 안달루시아 지방의회에서 과반수인 55석 확보를 위해서는 복스와의 연대가 필요했다.
당초 복스를 포함한 연정 구성이 점쳐졌으나 최종적으로는 복스가 연정에서는 빠지되 국민당에 표를 주는 식으로 느슨한 정치연합을 꾸리게 됐다.
여기에는 복스에 대한 페미니즘 진영의 반발이 한몫한 것으로 외신들은 분석했다. 가정폭력 방지법이 여성에게 우호적이라며 이의 폐지를 주장하는 등 반여성적인 복스의 노선은 페미니즘 진영의 분노를 샀고 100개 가까운 여성주의 단체들이 복스의 정책에 반대하는 성명서에 서명한 상황이다.
실제 복스와 국민당 간 합의에서 가정폭력 방지법 폐지는 빠졌다.
sisyph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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