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교 제례 관련성 보여주는 '소전'(燒錢)명 제기도 발견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남북이 공동 발굴조사를 진행 중인 고려 궁궐터 개성 만월대(滿月臺) 서부건축군에서 폭 12m가 넘는 제2대형계단이 확인됐다.
만월대 조사에 참여한 이상준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장은 10∼11일 경주 현대호텔에서 열리는 '신라 왕경에서 고려 개경으로: 월성과 만월대' 학술대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만월대 조사 성과를 발표한다.
이 소장은 지난해 제8차 발굴조사에서 드러난 주요 자료로 서부건축군 남동쪽에서 발견한 너비 12.65m, 높이 5.07m 대형계단을 꼽았다.
만월대는 남쪽부터 승평문, 의례와 격구를 하던 공간인 구정, 신봉문, 서부·중심·동부 건축군, 금원이 차례로 배치됐다. 남북 발굴 지역인 서부건축군에는 제2의 정전인 건덕전을 비롯해 만령전·장령전·자화전 등 다양한 전각이 있었다고 전한다.
조사단은 앞서 서부건축군 동쪽에서 폭 13.4m인 제1대형계단을 찾았고, 작년 조사에서는 건덕전 추정지 동쪽이자 제1대형계단 남쪽 지점에서 제2대형계단을 발견했다.
이 소장은 "회경전과 장화전 사이에 있는 제2대형계단은 제1대형계단처럼 중심건축군과 서부건축군을 연결한다"며 "아래에서 8단까지는 상태가 비교적 양호하나 그 위로는 계단석이 대부분 유실돼 정확한 층수를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계단 남편에 치우쳐 위에서 아래로 암거(暗渠)형 배수로가 설치됐다"며 "계단 상부에 남북 3칸·동서 2칸 규모 문이 있었다고 추정되며, 그 동쪽에는 공지(空地)를 둔 다음 또 다른 문과 연결됐다"고 덧붙였다.
조사단은 작년 발굴에서 만월대 건물 축조 시기를 판명할 고고학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소장은 "제2대형계단 위에는 공지가 있고, 공지 위에 작은 계단을 오르면 중심건축군 건물터 회랑이 존재한다"며 "회랑터, 공지에 있는 폐기 수혈(竪穴·구덩이), 제2대형계단 아래에서 나오는 기와를 비교하면 건축 시기를 추정할 단서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로서는 고려가 강화도로 천도한 강도(江都, 1232∼1270) 시기 전후가 만월대의 마지막 건축 시기로 보인다"며 "향후 조사에서 더 많은 유물을 모아 편년 기준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지난해 나온 유물 중에는 만월대에서 처음 출토된 '소전'(燒錢)명 제기 조각이 주목된다. 이 유물은 도교 제례인 초제(醮祭)를 담당한 관아인 '소전색'(燒錢色)에서 사용했다고 추정된다.
이 소장은 "'소전'명 제기 주변에서는 잔이나 접시가 많이 확인됐다"며 "고려사에는 회경전 등지에서 도교 제사를 꾸준히 열었다는 기록이 있는데, 제사에 사용할 물건을 제작하는 기구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전이란 글자 그대로는 동전(돈)을 태운다는 뜻으로, 초제에서는 지전(紙錢)을 태운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8차례에 걸친 공동발굴에도 불구하고 계획된 면적의 60% 정도만 조사했다"며 "장기 조사를 통해 고려궁성 연구·보존·정비 방안이 포함된 종합 대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만월대 남북 공동발굴은 2007년 시작했다. 작년 제8차 조사는 10월 22일부터 12월 10일까지 진행됐으며, 통일부는 종료 사실을 알리면서 자세한 성과를 공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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