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 제공·국영기업과 공동투자 제안…포스코 "시황 고려해 검토 예정"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인도 정부가 자동차 강판 등 고급 철강 제품을 확보하기 위해 한국의 포스코와 현대제철에 합작 투자를 제안했다.
10일 블룸버그통신과 철강업계 등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최근 포스코와 현대제철에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제안서를 전달했다.
인도 정부는 제안서에서 국영 철강기업인 SAIL, RINL 등과 포스코, 현대제철 간 합작 회사 설립 등을 요청했다.
모니디파 무케르지 인도 철강부 대변인은 "인도 정부는 한국의 두 업체와 인도 내 철강 제품 생산 관련 투자를 위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 정부는 특히 쇳물을 생산하는 고로(용광로) 공장 건설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모두 아직 인도에 고로 공장은 짓지 않았다.
제철 원료인 철광석과 공장 부지 등은 인도 정부가 제공하고, 설비와 기술은 한국 업체가 맡는 형태의 합작이 제안된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 정부가 이런 제안을 한 것은 고급 철강 제품을 자국 내에서 생산해 수입 의존도를 낮추려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의도 때문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인도에도 이미 세계 최대 철강업체인 아르셀로미탈을 비롯해 타타, JSW, SAIL, RINL, JSPL 등 현지 대형 철강사가 대규모 공장을 가동하고 있지만, 자동차 강판 같은 첨단분야 제품은 상당 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경우 초고강도 자동차 강판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해 인도 정부가 합작에 특히 공을 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는 2012년부터 인도 서부 마하라슈트라 주(州)에 연간 45만t 생산 규모의 자동차·가전용 용융 아연도금강판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또 2013년에는 연간 30만t 규모의 무방향성 전기강판 공장을 준공했고, 2015년에는 연간 180만t 생산 규모의 자동차용 냉연강판 공장을 추가로 세웠다.
그 외에도 인도 여러 곳에서 철강가공·물류 공장을 운영 중이다.
다만, 포스코가 2005년부터 인도 동부 오디샤 주에서 추진하는 120억 달러(약 13조4천억원) 규모의 제철소 설립 계획은 여전히 진척이 없는 상태다.
환경 훼손 등을 내세운 주민 반대로 주 정부의 부지 조성 사업이 순조롭게 이뤄지지 않았고, 포스코가 인도 정부로부터 철광석 채굴권도 따로 배분받지 못하면서 착공이 미뤄졌다.
이런 상황 등이 겹쳐 포스코는 이번 인도 정부의 제안에 구체적인 입장을 정하지 못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 측은 "지난해 말 인도 정부가 국내 철강업체들에 철강사업 협력제안을 해온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아직 구체적인 검토는 진행하고 있지 않으며 세계 경기와 철강 시황 등을 고려해 검토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제철은 인도에 대규모 열연·냉연 공장은 설립하지 않은 상태로 자동차 강판 가공공장만 운영하고 있다.
이에 관계 기업인 남부 첸나이의 현대자동차 인도법인은 자동차 강판 대부분을 한국에서 직접 들여오는 상황이다.
한편, 연간 1억t이 넘는 철강을 생산하는 인도는 현재 중국에 이어 세계 조강생산 순위 2위를 달리고 있다. 모디 정부는 연간 7∼8%의 경제성장률을 고려해 2030년까지 3억t의 조강 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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