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지난 연말 미국·캐나다 연수 도중에 현지 여행 가이드에게 여성 접대부 알선을 요구하고 주먹까지 휘두른 경북 예천군의회 의원들의 추태는 너무 어이없어 한숨이 나온다. 그제 공개된 CCTV를 보면 박종철 군의원이 버스 안에서 갑자기 가이드 팔을 비틀고 얼굴을 때리는 장면이 생생하게 나온다. 며칠 전 예천군 의회가 폭행 논란을 사과하는 자리에서 '박 의원이 손사래를 치는 과정에 가이드가 잘못 맞았다'고 했던 변명이 새빨간 거짓말이었다는 사실에 국민의 분노가 더 커졌다.
지방의원의 그릇된 해외연수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2017년 7월 충북도의원들은 22년 만의 물난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해외연수를 떠났다가 한 의원이 이를 질타하는 국민을 들쥐의 일종인 레밍에 비유해 국민적 공분을 촉발했다. 해외연수를 지방의원의 가족이나 친인척 소유 여행사에 발주하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일정은 연수를 빙자한 관광으로 대부분 채워지고, 해외 현지에서 성매매도 예사로 이뤄진다는 여행사들의 전언에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다.
지방의회 의원들의 일탈 행위는 주먹질 외에도 성추행, 갑질, 음주운전 등 다양하다. 하지만 구성원의 이런 일탈 행위를 다루는 지방의회의 징계는 '솜방망이'에 그친다. 현행 지방자치법에는 지방의원을 제명, 출석정지, 경고 등을 할 수 있게 돼 있으나 제명을 빼면 모두 경징계다. 일탈 행위 당사자들이 소속 정당을 탈당하거나 정당이 제명해버리면 정당 차원의 징계도 불가능해진다. 파문이 가라앉으면 슬그머니 복당해버리면 그만이다. '레밍 발언' 여파로 제명된 자유한국당 소속 충북도의원 3명 중 2명이 지난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조용히 복당하고 공천까지 받았다.
국민의 시선이 이렇게 따가운데도 지방의회는 대의제 민주주의 구현보다는 의정비 인상 등 기득권 강화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 무용론이 나올 지경이다. 지방의회의 이런 한심한 모습은 내·외부의 감시와 견제가 적절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외부적으론 시민사회의 감시가 느슨하고, 내부적으론 통제와 견제가 제대로 안 된다. 여기엔 지역별로 나타나는 의석의 정당 편중 현상 탓도 크다. 이번에 물의를 일으킨 예천군의회 해외연수에 참여한 의원들은 무소속 2명을 제외한 나머지 7명이 모두 한국당 소속이었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려면 시민사회의 의식 수준을 높이고 지방의회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강화해야 한다. '제 식구 감싸기' 징계를 근절하려면 지방의원 선출권뿐만 아니라 징계권도 주민에게 줘야 한다. 주민이 문제 의원을 지금보다 쉽게 소환할 수 있도록 주민소환의 기준을 낮추는 것도 필요하다. 지방의회는 인터넷과 SNS 등장 이후 대의제 민주주의 대신 직접민주주의의 강화를 요구하는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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