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해소 안되면 죽는 사람 더 나올 것…합리적 방안 찾아야"
(서울=연합뉴스) 사건팀 = "오죽하면 둘씩이나 극단적 선택을 했겠어요. 더는 택시기사를 궁지에 몰아넣어 죽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10일 서울 종로구에서 만난 개인택시 운전사 이 모(66) 씨는 '카카오 카풀'에 반대하는 택시운전사의 분신 사망사례가 전날 또다시 발생한 사실에 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9일 오후 6시께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2번 출구 앞에서 개인택시 운전사 임 모(64) 씨가 자신의 택시 안에서 분신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그는 카카오 카풀에 반대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작년 12월10일 택시기사 최 모(57) 씨의 분신 사망 이후 두번째 사례다.
"개인적으로 카풀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이씨는 "카풀 애플리케이션(앱)이 도입되면 택시기사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택시업계와 정부, 카카오 간 대화가 잘 이뤄져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카풀 서비스 도입을 둘러싸고 택시기사들의 비극이 잇따르자 카카오와 정부를 비판하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는 기사들이 적지 않았다.
법인택시를 모는 최 모(67) 씨는 카카오택시를 비롯한 택시 앱을 모조리 지웠다며 "벌어 먹고사는 데 지장 없다. 자가용 영업행위 용인이 문재인 대통령이 말하는 4차 산업혁명인가"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최씨는 "현행법에서 자가용 영업은 엄연히 불법인데 대기업 카카오에서 한다고 불법이 아니게 되느냐"면서 "카카오에서 한다는 카풀은 자가용 영업인데, 자가용 영업은 세금도 안 붙는다. 그럼 누가 미쳤다고 세금 내 가며 택시를 몰겠나"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당시 사업에 실패한 뒤 줄곧 택시를 몬다는 이 모(57) 씨는 "(택시기사들이) 먹고사는 문제 때문에 죽음을 선택하는 것이지 영업권을 뺏겨서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택시기사는 갈 데 없는 사람들의 마지막 직업인데, 카풀 영업 허용은 기사들의 목숨을 뺏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택시기사들은 돈을 많이 버는 집단이 아니라 겨우 밥벌이하는 사람들"이라며 "갈등이 해소되지 않으면 죽는 사람이 더 나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송파구에서 만난 법인택시 기사 이 모(62) 씨는 임씨의 사고 소식을 듣고 "오죽 답답했으면 그런 선택을 했을까 싶어 남의 일 같지 않았다"며 "기사들 사이에서는 이번 사건 이후에는 집단으로든 개인으로든 더 강력히 행동해야겠다는 반응"이라고 말했다.
전날 분신한 임씨와 같은 개인택시 기사들은 한층 더 큰 공감을 나타냈다.
영등포구에서 만난 개인택시 운전사 최 모(70) 씨는 "이번에 돌아가신 분이 개인택시 영업자라 더 크게 공감이 간다"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개인택시 기사는 법인택시 기사보다 더 취약하다. 카풀 서비스는 개인택시 영업자를 다 죽이는 것"이라며 "정부가 이 문제를 방관하는 게 이상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33년째 영업 중인 개인택시 기사 지 모(70) 씨는 "죽을 수밖에 없을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긴 하다"며 "개인택시 대부분이 하루 10만원도 안 되는 벌이로 극단에 몰린 상황"이라고 전했다.
'굳이 극단적 선택까지 했어야 했나'라며 다소 기류가 다른 반응을 보이는 기사들도 있었다.
한 40대 개인택시 운전사는 "카카오 카풀 저지가 애국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일도 아니지 않나"라며 "좀 더 두고 보고 집회에도 참석하고 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택시 운행 중 카카오택시 앱을 여전히 사용하고 있었다.
30년간 택시를 몰았다는 박 모(62) 씨는 "동료로서 마음이 좋지 않다"면서도 "사실 카카오에서 손님들 연결해준 덕에 기사들도 이익을 보고 도움 되는 일도 많았다"며 "다른 나라에서도 이미 하고 있고, 다른 차량 공유 서비스도 많은데 반대해서 될 일인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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