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동구의원 1인 650만원 전국 1위…경북시군의회 의장단은 이미 출국
(인천=연합뉴스) 홍현기 최은지 기자 = 경북 예천군의회 의원이 해외연수 중 현지 가이드를 폭행해 공분을 산 가운데 일부지역 기초의회들이 연수 비용을 대폭 늘리거나 관광지 방문으로 채워진 해외연수를 강행해 논란이 일고 있다.
경북 시·군의회 의장 18명과 수행비서 등 40여명은 이달 9일부터 13일까지 3박 5일 일정으로 베트남으로 해외연수를 떠났다.
이들의 연수 일정 절반 정도가 관광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오후에는 현지 유명산과 사원이 있는 옌뜨국립공원을, 12일에는 세계적 관광지인 하롱베이를 둘러본다. 이어 하노이 신도시를 탐방하고 13일 귀국한다.
이번 연수에 들어가는 경비는 1인당 145만으로 경북시군의회의장협의회가 비용을 댄다.
시·군의회 의장협의회 관계자는 "해외연수를 가야 할지 협의회에서 의견이 분분했지만 12월에 이미 일정을 정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간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인천 계양구의회 자치도시위원회 소속 구의원 4명과 수행공무원 2명은 10일 오후 8박 9일 일정으로 호주와 뉴질랜드로 해외연수를 떠날 예정이다.
계양구의회 공무국외여행계획서를 보면 호주 블랙타운시와 뉴질랜드 로토루아시의회를 방문하는 일정도 있으나 대부분이 관광지를 방문하는 내용이다.
호주에서 블루마운틴과 오페라하우스 등을, 뉴질랜드에서 와이토모 동굴, 테푸이아 민속마을, 타우포호수, 해안공원 등을 방문한다.
이번 해외연수에는 의원 1인당 예산 300만원씩이 지원된다.
인천계양평화복지연대는 "계양구의회는 2015년 해외연수 당시 허위보고서를 작성해 구민들로부터 호된 질책을 받았다"며 "기초의회 해외연수로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계획된 연수라며 이를 강행하려고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계양구의회 관계자는 "이미 계획된 해외연수를 취소할 경우 수수료 등이 발생해 어쩔 수 없이 연수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해명했다.
인천 기초의회 상당수는 지난해 10∼12월 관광일정이 포함된 해외연수를 이미 다녀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 강화군의회는 연수를 다녀온 지 2개월이 지났는데도 연수보고서를 홈페이지에 게시하지 않았다.
강화군의회 관계자는 "해외연수를 다녀온 뒤 사진만 게시했고 연수보고서는 공개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또 시민단체인 인천 중·동구 평화복지연대에 따르면 인천시 동구의회는 올해 의원 7명의 공무국외여비로 4천550만원을 편성했다. 의원 1명당 650만원에 달하는 액수로 전국 기초의회 중 가장 많다.
지난해 구의원 1명당 공무국외여비 예산이 325만원이었던 것과 비교해 2배 정도 늘어난 수치다.
중·동구 평화복지연대는 성명을 내고 "2017년 이전에는 행정안전부가 의회 규모나 지역 수준을 고려해 기준 액수를 정하다가 지난해부터 관련 예산 권한을 지방의회로 넘겼다"며 "동구의회는 예산 자율권을 보장받자마자 해외 출장비를 100% 인상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구의회에 해외연수 계획에 대해 문의했으나 '아직 관련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구 재정이 열악해 교육 경비 보조금조차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구의원들이 해외 출장비만 '셀프 인상'하고 나섰다"고 지적했다.
동구의회는 해외연수의 타당성과 경비 적정성 등을 심사하는 공무국외여행 심사위원회 위원장을 구의회 부의장이, 위원 2명도 다른 구의원이 맡은 것으로도 드러났다.
문제를 제기한 시민단체 측은 구의회에 해외 출장비 인상 철회와 함께 공무국외여행 심사위원회를 모두 외부 위원으로 위촉할 것을 요구했다.
중·동구 평화복지연대 관계자는 "계획조차 없는 상태에서 해외 출장비만 증액하고 보는 행태는 국민을 무시한 처사"라며 "구의원들이 열악한 구 재정을 외면하고 본인 밥그릇만 챙기고 있다"고 말했다.
송광식 동구의회 의장은 "의원들이 나눠서 가기보단 한꺼번에 해외에 나갈 수 있도록 일단 많은 예산을 잡아놓은 것일 뿐 안 가는 경우도 많고 예비비로 반납하기도 한다"며 "예천군의회 사례로 많이들 걱정하시는 만큼 조심스럽게 행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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