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거품 인식 퍼지고 보상선수도 큰 부담"…양극화 현상
"과거에 대한 보상 아닌 미래를 위한 투자로 개념 변화"
(서울=연합뉴스) 천병혁 기자 = 올겨울 프로야구 스토브리그는 외국인선수 영입과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이 극단적인 대비를 보인다.
KBO리그 10개 구단은 예년보다 이른 지난 12월 외국인선수 30명과 전원 계약을 완료했다.
지난겨울에는 상당수 구단이 1월까지 외국인선수와 협상을 이어갔고 일부 구단은 해외 전지훈련 기간에 최종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올겨울은 10개 구단이 약속이라도 한듯 해를 넘기지 않고 일찌감치 계약을 맺어 시즌 준비에 여유가 생겼다.
반면 FA 시장은 극도로 얼어붙었다.
지난 시즌을 마친 뒤 FA를 선언한 15명 중 원소속팀과 계약한 최정·이재원(이상 SK), 모창민(NC), 두산에서 NC로 이적한 양의지를 제외한 11명이 아직 새 둥지를 찾지 못하고 있다.
잔뜩 위축된 FA 시장은 스프링캠프를 앞두고도 쉽사리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아 일부 FA는 미아 신세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공교롭게도 KBO는 지난해 9월 외국인 선수와 FA 규정을 고치는 방안을 추진했다.
10개 구단 사장들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신규 외국인선수는 첫해 연봉 상한선을 100만 달러로 제한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FA 총액을 80억원으로 묶고 보상선수 규정 완화 등을 위해 등급제를 시행하겠다는 제안은 프로야구선수협회가 거부했다.
이에 대해 수도권 A 구단 담당자는 "신규 외국인선수 연봉이 100만 달러로 제한되면서 협상이 훨씬 용이해진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까지는 실력이 검증된 외국인 선수의 경우 다른 구단은 얼마를 불렀다는 둥 저울질이 심해 협상도 오래 했는데 상한선이 정해지자 계약도 일찍 마무리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FA의 경우 거품이 지나치다는 인식이 퍼졌지만, 여전히 몸값이 너무 비싸다"라며 "특급선수가 아닌 FA는 보상선수에 대한 규정도 상당히 부담스럽다"고 전했다.
현행 규정은 타 구단으로부터 FA를 영입할 경우 전년도 연봉의 300%를 지급하거나, 전년도 연봉 200%와 20인 보호선수 외 1명을 내줘야 한다.
이 규정은 FA 자격을 획득하더라도 자신의 실력이 팀 내 20위 이내에 들지 못하면 시장에서 대접을 받을 수 없는 구조다.
구단들도 확실한 주전이 아닌 FA를 영입하기에는 금전적인 문제뿐 아니라 팀 전력면에서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
지방의 B구단 관계자는 "예전에는 FA 몸값이 과거 성적에 대한 보상이라는 개념이 있었지만, 이제는 각 구단이 FA를 미래 성적에 대한 투자라고 현실적인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수년간 일부 구단이 FA에 많은 돈을 투자하고도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한 것도 다른 구단들이 움츠러드는 이유 중 하나"라고 밝혔다.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현행 FA 제도는 일부 스타 선수들에게만 유리하게 작용해 양극화를 심화한다는 지적이 높다.
선수도 불안하고 구단도 불만인 현행 FA 제도는 얼어붙은 올겨울을 계기로 다시 도마 위에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shoele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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