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류킨-2 부작용 대폭 줄인 신종 항암 단백질 개발"

입력 2019-01-10 17:33   수정 2019-01-10 17:39

"인터류킨-2 부작용 대폭 줄인 신종 항암 단백질 개발"
美워싱턴대 연구팀, Neo-2/15 동물실험 결과 네이처 발표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악성 신장암이나 피부암에 걸린 환자에게 '인터류킨-2(IL-2)'로 통하는 면역강화 단백질은 '구세주(lifesaver)'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인터류킨-2로 만든 항암 치료제는 생명을 위협할 만큼 심각한 부작용을 동반할 수도 있다.
미국 과학자들이 IL-2의 항암 효과는 그대로 유지한 채 부작용을 대폭 줄인 신종 단백질 개발에 성공했다.
'Neo-2/15'로 명명된 이 단백질은 인터류킨-2의 아미노산 염기 서열 중 14%만 공유하는데, 직장암과 혈색종 세포를 이식한 생쥐 실험에서 부작용을 크게 줄이면서도 종양 성장은 강하게 억제하는 효과를 보였다.
소수이긴 하지만 종양 세포가 완전히 사라진 사례도 있었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미국 시애틀 소재 워싱턴대의 생화학자인 다니엘 아드리아노 실바 만자노 박사가 제1 저자를 맡은 연구 보고서는 9일(현지시간) 과학저널 '네이처(Nature)'에 실렸다.
연구팀은 Neo-2/15의 사용권을 '네오류킨 테라퓨틱스(Neoleukin Therapeutics)'라는 스타트업에 허가해 조만간 임상시험에 들어갈 예정이다.
인터류킨-2는 인체 면역체계의 작동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병원균 등 외부 침입자가 들어오면 신호전달 단백질 분자인 '사이토카인'이 'T 림프구(T lymphocytes)'로 알려진 백혈구를 활성화하는데, 이때 인터류킨-2는 베타·감마 두 수용체에 달라붙는다. 그런데 제3의 알파 수용체가 있는 세포에서는 인터류킨-2가 이들 세 수용체와 한꺼번에 묶인다고 한다.
이런 과정에서 다른 백혈구의 면역반응이 약해지고, 혈관 출혈 같은 치명적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만자노 박사는 "지난 30년간 과학자들은 인터류킨-2를 더 안전하고 효과적인 약으로 만들려고 노력해 왔다"면서 "하지만 인터류킨-2는 평소의 3차원 구조가 깨질 경우 효능을 잃고, 많은 돌연변이로 인해 구조적 불안정성도 커진다"고 말했다.
인터류킨-2를 처음부터 다시 만들기 위해 만자노 박사는 다국적 팀을 구성했다.
이 분야에서 오랫동안 연구해온 미국, 영국, 포르투갈, 스페인 등의 동료 과학자들과 손을 잡았고, 그중에는 워싱턴대의 실험실 디렉터이자 단백질 디자이너인 데이비드 베이커 박사도 있었다.
이들은 베타·감마 수용체는 물론 알파 수용체와도 상호작용하는 인터류킨-2의 '원자지도(atomic maps)' 연구부터 시작했다.
인터류킨-2는 하나의 긴 아미노산 사슬 형태를 하고 있는데, 3차원 구조로 접혀 활성화할 땐 4개의 조각으로 따로따로 비틀어지면서 이른바 '알파 나선(alpha helixes)' 형태를 만든다.
이 나선 구조는 연쇄 고리로 하나의 묶음처럼 되고, 그 바닥 부분 나선의 특정 부위에 감마·베타 두 수용체가 달라붙는다. 반면 일부 나선 구조와 묶음의 꼭대기에 있는 고리 2개는 알파 수용체와 연결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베이커 박사가 개발한 단백질 디자인 소프트웨어를 새로 프로그래밍해 '로제타'로 명명했다. 베타·감마 두 수용체와의 교호작용은 유지하면서 알파 수용체와의 연결 부위는 제거하는 것이 목표였다.
연구팀은 로제타로 40종의 옵션을 만들고, 이 가운데 원하는 수용체와의 결합 효과와 안정성이 우수한 22종을 합성해 생쥐에 시험했다.
같은 도시에 있는 프레드 허친슨 암센터의 임상 종양학자인 제임스 올슨 박사는 "그들이 선택한 접근법은 매우 훌륭한 것"이라면서, 부작용이 없는 'Neo-2/15'를 더 많은 환자에게 더 긴 시간 투여하면, 인체 면역체계로 암세포를 제거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che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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