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핵심은 기술"…韓정부 경제정책에는 "F학점 줬을 때보다 나빠"
(베이징=연합뉴스) 김진방 특파원 = '세계 경영'을 주창했던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자서전이 중국어판으로 출간됐다.
중국 랴오닝(遼寧)성 출판그룹은 11일 김 전 회장의 자서전 '김우중과의 대화' 중국어판 출판을 기념하는 출간기념회를 열었다.
김 전 회장의 책은 2014년 신장섭 싱가포르 국립대 교수와의 대담 형식으로 처음 출간됐으며, 2016년 랴오닝성 출판그룹이 중국어판본 작업을 시작해 2년여 만에 해외판으로는 처음 정식 출간됐다.
김 전 회장은 한중 수교 이전인 1980년대에 중국에 한국 기업 최초로 진출했으며,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과의 친분을 통해 중국 시장을 선점하는 등 중국과 인연이 깊다.
중국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역점 사업으로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강력하게 추진 중인 가운데 김 전 회장의 자서전이 중국어판으로 출간된 것은 의미가 있다.
저자인 신 교수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중국이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미국이 쥐고 있는 세계 패권에 도전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양국 간 경쟁이 심해지는 와중에 김 전 회장의 자서전이 중국에서 출간된 것은 의미가 있다"면서 "세계 시장 진출을 노리는 중국에 김 전 회장의 책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미중 갈등은 장기전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 "양국 간 갈등은 단순히 무역 흑자와 적자의 문제가 아니라 그 핵심은 기술에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중국도 인공지능(AI)이나 빅데이터 등 일부 분야에서는 미국보다 앞선 기술력을 확보해 나가고 있고, 미국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올라섰다"며 "미국 공화당 정권의 집권이 끝난다 해도 중국에 대한 경제 제재 입장은 민주당과 공화당이 모두 똑같기 때문에 미중 갈등은 상당 기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신 교수는 김 전 회장의 세계 경영을 중국의 일대일로에 접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대우가 세계경영을 할 때는 대우가 먼저 시장을 개척하고 정부가 뒤따라 나오는 형태를 취해 정부 주도의 일대일로와는 비슷하면서도 약간 반대인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무래도 정부가 주도하는 것보다는 기업이 활로를 찾는 데 기민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중국 입장에서는 김 전 회장의 세계 경영을 참고할 만한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김 전 회장 건강 악화설에 대해 "최근에 만나지는 못했지만, 언론 보도에서 나온 수준으로 건강이 안 좋은 것 같다"며 "갑자기 건강이 악화했다기보다는 국제통화기금(IMF) 금융위기 이후 건강이 지속해서 안 좋았고, 책을 집필하던 2014년에도 건강이 좋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는 외부 활동을 하기에도 조금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신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을 본 소감을 묻는 말에 "(경제가) 왜 안 좋아졌는지, 현재 정책을 인내하면 왜 좋아질 것인지 설명해야 하는데 그게 없다"면서 "경제학을 하는 입장에서는 공허하게 들린다"고 평가했다.
이어 자신이 현 정권의 경제정책에 대해 과거 'F 학점'을 주겠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 "(지금은) 그때보다 나쁘게 줬으면 줬지, 좋을 것은 없다"면서 "분배도 당시보다 나빠진 것 같다"고 말했다.
chin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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