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간첩단 조작사건 피해 가족들, 국가 상대 손배소 파기환송심 승소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전두환 정권 시절 고정간첩으로 몰린 피해자들의 가족이 국가로부터 재산상 손해도 배상받게 됐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27부(배형원 부장판사)는 1981년 남매간첩단 조작사건의 피해자 나수연(91)씨의 장남 정모씨와 사위 김모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국가가 이들에게 3억3천여만원과 지연이자를 더해 재산상 손해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정신적 손해 배상인 위자료에 더해 재산상 손해도 국가가 물어주라는 판결이다.
재판부는 "당시 나씨 등에 대한 대대적인 언론 보도로 원고들은 직장 업무에서 완전히 배제됐고, 근무하던 회사들로부터 지속해서 사직하라는 압박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또 "정권이 바뀐 뒤에도 남북한이 여전히 대치하는 사회 분위기에서 고정간첩의 아들, 사위라는 낙인으로 인해 학력이나 경력에 걸맞은 직장에 취업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라며 "국가의 불법행위로 원고들이 입은 재산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남매간첩단 조작사건은 1981년 3월 전두환 정권이 공안 분위기를 조장하기 위해 1976년 간첩혐의로 수사를 받다가 무혐의로 풀려난 나씨와 그의 동생 나진(86)씨를 다시 체포하면서 시작됐다.
3개월간 경찰에 불법구금된 나씨 남매는 고문 끝에 '월북한 사실이 있다'고 허위자백을 했고, 법원은 이를 근거로 각각 징역 15년과 징역 7년을 확정했다.
나씨 남매는 재심 끝에 2014년 무죄를 확정받았다. 이후 나씨 남매와 자녀들은 국가를 상대로 정신적·재산적 손해 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재판에서는 1·2심 모두 원고들에 대한 정신적 손해를 인정해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나씨 남매의 가족별로 적게는 5천만원에서 많게는 3억6천여만원까지 위자료가 산정됐다.
반면 정신적 피해와 별도로 정씨와 김씨의 재산상 손해까지 인정해야 하는지를 두고는 하급심이 엇갈린 판단을 내렸다. 당시 대기업에 다니던 정씨와 김씨는 사건 발생 후 사직 압박을 받아 1982년 7월과 1983년 2월에 각각 퇴사했다.
1심은 이들에게 재산상 손해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지만 2심은 "회사의 압력을 받아 부당하게 해고당했더라도 해고의 주체는 국가가 아니라 회사"라며 국가 책임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지난해 7월 국가의 불법행위로 정씨와 김씨가 회사를 떠난 점이 인정된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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