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옥희 울산교육감 '학부모회 법제화' 추진에 현직 교사 '발끈'

입력 2019-01-12 07:33  

노옥희 울산교육감 '학부모회 법제화' 추진에 현직 교사 '발끈'
교육감 페이스북에 "교육활동 간섭·교장 어용세력 전락 우려" 등 반박 댓글



(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기자 = 울산시교육청이 학부모회의 학교활동 참여 권리·의무를 법제화하는 조례 제정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 현직 교사가 "교원 업무와 부담을 가중할 학부모회 법제화에 대한 우려는 당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옥희 교육감이 이 문제를 놓고 일고 있는 일각의 비판이나 언론 보도에 '일어나지도 않을 일로 걱정한다'며 SNS(사회관계망서비스)인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자, 이 교사는 댓글을 달아 공개적으로 반박한 것이다.
시교육청은 '울산시 학부모회 설치·운영 및 학교참여 활성화 지원 조례안'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 조례안은 효율적인 학부모회 운영을 도모하고, 학부모들이 교육공동체 일원으로 교육 활동을 지원해 학교 교육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조례안은 울산의 모든 공립 초·중·고교와 특수학교에 학부모회를 설치하고, 교육감이 학부모회 활성화를 위해 예산과 프로그램 운영 등을 지원하도록 정하고 있다.
학부모회 기능은 학부모회가 학교 운영에 대한 의견제시와 학교 교육 모니터링, 학부모 자원봉사 등 교육 활동 참여·지원, 자녀교육 역량 강화를 위한 학부모 교육 수행 등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학부모위원이 참여하는 학교운영위원회(학운위)와 기능이 겹치거나 충돌할 수 있고, 교사의 학생지도에 대한 간섭으로 이어질 수 있다'라거나 '교육감이나 교장 등 특정인을 위한 조직으로 변질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연합뉴스를 포함한 일부 언론이 이런 우려를 보도하자 노 교육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일어나지도 않을 일에 대해 우려가 크다. 현재 학운위에 소속된 학부모위원들은 학부모 대표로서 의견을 수렴하기 어려운 구조다. 언론에 소개된 반대 의견은 실체가 없다'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러자 현직 교사가 해당 게시글에 댓글을 달아 교육감 의견을 반박했다.
이 교사는 "학부모회가 민주적 학교 운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된다면 반대가 컸겠느냐"고 반문하면서 "당연한 사업이라고 말씀하시기 전에 어떤 문제가 있을지 알아보는 것이 우선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학교에서 교사들이 겪는 어려움의 상당 부분은 학생이 아니라 학부모다"면서 "교사의 교육활동에 간섭하는 것은 아닌지, 교장의 어용세력으로 이용되는 것은 아닌지 등 (학부모회 법제화에 대해) 학교 현장은 대부분 부정적이다"고 밝혔다.
교사는 "지난해 수학여행 장소 선정 때 학생 절대다수가 제주도를 희망했지만, 수학여행위원회 학부모위원의 반대로 무산된 일도 있다"면서 "과거와 비교해 학부모는 (학교에) 무관심하고 자녀 일과 관련되면 우선 따지는 공간이 된 곳이 학교인데, 교육감님 말처럼 자주 만나면 서로 신뢰 회복이 되고 학교 문턱이 낮아지는 것이냐"고 꼬집었다.
그는 "학부모회 관련 예산 업무는 결국 교원 업무 증대로 이어진다"면서 "학부모회가 학부모들이 자발적으로 만든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고, 그 일을 왜 교사가 관여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노 교육감은 취임 이후 줄곧 "교사들이 수업과 학생에 집중하도록 교원 업무를 줄이겠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실상 일선 교사에게 학부모회 설치·운영 등 사업은 정반대의 결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 교사는 "학생회실, 동아리실 등 각종 학생을 위한 공간도 없는 마당에 교육청이 학부모회실을 만들려고 공문을 보낸 것으로 보고 어이가 없었다"면서 "교육감님이 이 문제를 정말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각 업무 담당자들과 토의부터 하시는 게 어떻냐"고 제안했다.
노 교육감은 페이스북에서 교사의 지적에 대해 "학부모와 교사의 신뢰가 형성되지 않아 생기는 문제가 많으므로, 서로 부정적인 생각을 걷어내려면 자주 만나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너무 부정적으로 볼 문제가 아니며, 현재 교육청에서도 각종 위원회에 학부모님들이 건강하게 참가하고 있다"고 답했다.
12일 시교육청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서 학부모회 조례가 제정돼 시행 중인 시·도는 경기, 전북, 서울, 광주, 인천, 부산 등 6곳이다.
통상 진보 성향 교육감이 선출되면 교육청이나 시의원 발의로 해당 조례가 제정되는 수순이다.
이들 지역에서는 교육청이 학부모회 지원 명목으로 각 학교에 300만∼500만원에 이르는 예산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hk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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