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용직 비율 상승하고 고용보험 가입자도 늘어"
"임시·일용직 감소에 따른 착시 감안해야…전체 고용상황 개선 시급"
(세종=연합뉴스) 정책팀 = 지난해 취업자 중 상용직이 상대적으로 큰 폭으로 늘었지만, 이를 긍정적 신호로 볼 수 있느냐를 두고는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취업자 중 임시·일용직 비중이 줄고 상용직이 상승했다는 점은 일자리 안정성이 개선됐다는 측면에서 분명 긍정적이다.
하지만 전체 일자리 증가 폭이 미미한 상황에서 상용직 비중 개선은 임시·일용직 감소에 따른 착시효과일 수 있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전년보다 증가 폭이 확대된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도 해석이 대립하는 지표 중 하나다.
정부·여당은 자영업 체감경기가 '최악'은 아닐 수 있다는 희망으로 읽지만, 실업자가 된 임시·일용직이 몰린 결과라는 비판도 있다.
상용직과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증가세가 일자리 질 개선 신호로 이견 없이 해석되려면 전반적인 고용 회복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취업자 중 상용직과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만 늘어
13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취업자 중 상용직 비중은 51.3%로 전년(50.2%)보다 1.1%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임시·일용직 비중은 24.3%에서 23.5%로 축소됐다.
고용 부진에도 정부의 정규직 전환 유도 정책, 고용보험료 지원 대상 확대 등이 상용직 확대에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통계상 취업자 중 임금근로자는 고용계약 기간에 따라 일용직(1개월 미만), 임시직(1개월∼1년), 상용직(1년 이상)으로 구분된다.
비록 상용직에는 계약 기간이 1년인 비정규직도 포함되지만, 임시·일용직에 비교하면 안정성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나은 일자리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발표한 신년회견문에서 전반적인 고용 부진에도 상용직 증가세를 "반가운 소식"으로 강조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고용보험 가입자가 전년보다 47만명이나 늘어난 점도 일자리 질이 개선됐다는 해석에 힘을 더하고 있다. 같은 기간 상용직 증가 폭(34만5천명)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임시직도 고용보험 대상이지만, 사회안전망의 보호를 받는 일자리라는 점에서 고용의 포용성이 개선됐다는 신호로 받아들여 진다.
비임금근로자 중에서는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 비중만 6.0%에서 6.2%로 상승했고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와 무급가족 종사자 비중은 각각 15.2%에서 14.9%로, 4.2%에서 4.1%로 하락했다.
지난해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의 증가세는 자영업 경기 부진에도 상황이 그나마 최악은 아닐 수 있다는 희망으로 받아들여 졌다.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해 8월 기자간담회 때 "직원에게 월급을 줘야 하는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가 늘고 있다"며 자영업 경영난에도 일부 긍정적 신호를 함께 봐야 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여당도 최저임금 상승에도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가 늘고 있다는 점을 "그나마 반가운 일"이라며 부각하기도 했다.
◇ "임시·일용직 급감에 따른 착시효과" 반론도
하지만 전체 일자리 사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상용직과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증가세를 무조건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이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비판도 있다.
지표상 개선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일자리 사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노동자의 종사상 지위 전환은 훨씬 더 복잡한 배경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고용 부진에도 상용직 비중이 상승한 데에는 정부의 정책 노력과 별개로, 임시·일용직 급감에 따른 착시효과도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 그중 하나다.
지난해 임시직은 전년보다 14만1천명 줄면서 1998년(-19만4천명)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상용직은 34만5천명 늘었지만, 전년(36만6천명)보다 증가 폭이 축소됐다. 2006년(32만6천명) 이후 가장 증가 폭이 작다. 생산가능인구 증가 폭 둔화와 고용 부진 등의 영향이다.
상용직 증가세 둔화에도 임시·일용직이 큰 폭으로 줄면서 상용직 비중이 상승했다는 해석이 나오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증가세도 임시직의 급감과 함께 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일자리를 잃은 임시직이 자영업에 뛰어들면서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증가 폭이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취약한 사회안전망 탓에 일자리를 잃은 임시·일용직이 곧장 자영업에 뛰어들거나 취업을 포기한 비경제활동인구로 편입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연간 종사상 지위 추이를 보면 상용직은 변동 폭이 작지만, 임시·일용직과 자영업자는 서로 증감을 주고받으며 '널을 뛰는' 모습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증가 지표가 통상적으로 긍정보다는 '임시·일용직 실업 위기' 등 부정적인 신호로 해석되는 것은 이런 배경과 관련이 깊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고용 사정이 좋지 않은데 상용직이 늘었다면 비상용직의 어려움에 기반할 수 있다"며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증가세도 호황에서는 새로운 창업으로 볼 수 있지만 지금 상황은 그렇게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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