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청와대에서 파견 근무를 하던 군 장교들이 대통령이 결재한 군 인사 관련 문건을 임의로 공유했다가 원대 복귀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청와대 발표내용 등을 종합해보면 영관급 행정관 3명이 지난해 11월 군 장성 진급 인사 당시 보도자료에 없던 준장 진급자 명단 등이 담긴 내부문서를 돌려봤고, 이 과정에서 경비대 소속 다른 장교가 이 문서를 사진으로 찍어 카카오톡에 올렸다. 청와대는 이들 장교를 모두 소속부대로 원대 복귀시켰고, 군 당국은 징계절차를 밟았다고 한다.
청와대는 이들의 행위가 범죄는 아니라며 의미를 축소했지만, 최근 청와대 직원들의 잇따른 기강 해이 사례를 목격해온 국민으로선 실망스럽지 않을 수 없다. 작년 말 경호처 직원의 시민 폭행, 의전비서관의 음주운전으로 지탄을 받았던 청와대에서는 최근 한 행정관이 주말에 육군참모총장을 카페로 불러내 만나 군 인사를 논의하고 이후 관련 인사자료를 분실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런 마당에 군 인사자료 무단 유출까지 불거짐으로써 청와대 기강 해이 논란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 말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에 근무했던 김태우 수사관의 항명성 의혹 제기로 청와대 내부 기강에 경고등이 켜진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김 수사관은 자신에 대한 내부조사와 원대복귀 명령에 반발하면서, 자신이 조사한 현 정부 고위공직자 금품수수 의혹 등을 잇달아 제기했다. 이후 여권 내부에서조차 '청와대 직원들이 오만에 빠진 것 아니냐'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청와대 비서진을 개편한 것은 이런 지적과 우려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 최고 권부라 불리는 청와대에 더 엄하고 강한 수준의 기강 확립을 바란다.
청와대 각 비서관실에는 '춘풍추상(春風秋霜)'이란 액자가 걸려 있다. 문 대통령이 엄격한 기강 아래 초심을 잃지 말자는 뜻에서 선물한 것이라고 한다. '채근담'에 나오는 이 말은 남에게는 봄바람처럼 관대하되 자신에게는 가을 서리처럼 엄하게 대해야 한다는 뜻이다. 청와대 1기 비서실을 이끈 임종석 전 비서실장이 청와대를 떠날 때 이 말을 역설했고, 후임인 노영민 비서실장도 업무 첫날부터 이 문구를 되새길 것을 주문했다.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가 춘풍추상을 말만이 아니라 몸으로 실천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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