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철현 前 교수, 저서·논문 표절 의혹…서울대 사표

입력 2019-01-13 15:47   수정 2019-01-13 16:48

배철현 前 교수, 저서·논문 표절 의혹…서울대 사표
하나뿐인 연구서『타르굼 옹켈로스 창세기』등
복사 과정 '사고'로 의심되는 오류들도 발견




(서울=연합뉴스) 탐사보도팀 임화섭 오예진 김예나 기자 = 한국 인문학계의 슈퍼스타인 배철현 전(前)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의 저서와 논문에서 표절 의혹이 짙은 부분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배 전 교수는 의혹이 제기된지 1개월여만인 이달 초에 사표를 냈으며, 지난 9일 서울대는 표절 의혹 조사 없이 사표를 수리했다. 이 때문에 '면죄부 주기'라는 비판도 일고 있다.
연합뉴스 탐사보도팀이 확인한 결과 배 전 교수의 유일한 단독저작 연구서『타르굼 옹켈로스 창세기』(2001년, 가톨릭출판사)의 서론, 장별해제, 본문 해설 각주 등 주요 부분이 영어권의 선행연구를 담은 주석서나 해설서와 대부분 일치했다.
이런 의혹은 페이스북 그룹 '신학서적 표절반대'의 운영자인 이성하 원주 가현침례교회 목사와 저작권 에이전시 '알맹2'의 맹호성 이사 등에 의해 작년 12월 초에 제기되기 시작했다.
배 전 교수는 이 책 머리말에서 "장별해제의 주제들 가운데 몇몇은…의 주제를 따랐다", "각주를 비교·참조하였다", "서론의 '타르굼의 종류'는 …에서 간추렸다" 는 등 표현을 썼으나, 그런 정도를 훨씬 넘어서서 내용과 단락은 물론이고 문장과 표현까지 1대 1로 일치하는 부분이 매우 많았다.
또 이 책에서 발견되는 오류 중 상당수는 저자가 스스로 집필했다면 발생하기 어렵지만 '복사' 과정에서 흔히 발생하는 '사고'라고 가정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경우였다.
연합뉴스가 확인한 결과 'M'을 'H'로, '(225km'를 '1225km'로 각각 잘못 쓴 점처럼 광학 문자 판독(OCR) 기기를 사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부분과, 읽기 방향이 정반대인 영어(왼쪽→오른쪽) 문장과 아람어(오른쪽→왼쪽) 단어를 섞어 쓰다가 줄바꿈이 어그러져 뒤죽박죽이 된 부분 등이 있었다.



배 전 교수의 단독 저서 중 대부분은 일반 대중을 위한 에세이집, 교양도서, 어린이용 도서 등이었으며, 학술적 연구서는 『타르굼 옹켈로스 창세기』단 한 권뿐이다. 배 전 교수는 세종대와 서울대에 각각 2002년과 2003년에 임용될 때도『타르굼 옹켈로스 창세기』를 주요 연구 실적으로 적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은 작년 말까지는 구입이 가능했으나 13일 현재 주요 인터넷 서점들에서 '품절'로 표시되어 있다. 다만 공식적으로 절판 상태는 아니며, 이 책의 일반인용 축약 버전인 『유다인의 토라 -- 타르굼 옹켈로스 창세기』는 아직도 일부 서점에서 구할 수 있다.
저서뿐만 아니라 논문들에 대해서도 표절·중복게재 의혹이 무더기로 제기됐다.
배 전 교수의 논문 중 2006년에 낸 「죽는 것도 이득이다 -- 바울의 죽음관」은 논제와 고전 인용 구절 등 주요 부분이 1975년에 영어권의 다른 학자가 쓴 선행연구 논문과 일치했다.
또 「이마고 데이?」(2002년)와 「인간은 하나님이다 - 창세기 1.26절의 Imago Dei에 대한 재해석」(2003년), 「'유럽'의 모체를 찾아: <오리엔탈리즘> 다시 읽기」(2001년), 「오리엔탈리즘과 오리엔탈 르네상스」(2006년) 등처럼 내용이 대폭 겹치는 중복게재 의심 사례도 여럿 있었다.
특히 옛 글에 포함된 어색한 표현이나 비문이 새 글에 그대로 실린 경우도 자주 발견됐다. 내용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기계적으로 베꼈음을 시사하는 정황이다.
배 전 교수의 표절 의혹을 처음 제기한 이성하 원주 가현침례교회 목사는 "표절은 교육자와 학자의 자격에 관한 문제"라며 "만약 연구 업적 자체가 표절이라면 교수로 임용되고 승진되는 모든 과정이 문제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solatido@yna.co.kr
ohyes@yna.co.kr
ye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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