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국 싱가포르서 양국 대사관 오가며 협의…"팽팽한 평행선"
日, 레이더 주파수 증거자료 공개 안 해…양측 협의 이어가기로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 한국과 일본이 14일 제3국인 싱가포르에서 '레이더 갈등' 관련 장성급 협의를 진행했으나, 입장 차이를 재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는 "한일 국방당국은 오늘 주(駐)싱가포르 한국대사관(오전)과 주싱가포르 일본대사관(오후)에서 일본 초계기 관련 사안에 대해 한일 실무급 회의를 개최했다"며 "양측은 (일본 초계기의) 저공 위협비행 등 주요 쟁점 사안에 대한 사실관계와 자국 입장을 상세히 설명해 상대측의 이해를 제고했다"고 밝혔다.
우리 측에선 부석종 합동참모본부 군사지원본부장(해군 중장)과 이원익 국방부 국제정책관이, 일본측에선 히키타 아쓰시(引田淳) 통합막료부(우리의 합참) 운용부장(항공자위대 중장급)과 이시카와 타케시(石川武) 방위성 방위정책국장이 각각 대표로 나섰다.
군의 한 소식통은 "오늘 실무회의에서 일측은 결정적인 증거인 레이더 주파수 증거자료를 공개하지 않았고, 자신들이 수집한 일부의 데이터 정보와 광개토대왕함의 레이더 체계 정보 전체를 교환할 것을 요구했다"며 "이에 우리측은 정보교환의 비대칭성을 강조하고 일측이 수집했다고 주장하는 레이더 정보를 바탕으로 추후 전문가들이 상호 검증하자고 제안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우리 대표단은 이날 회의에서 그동안 일측이 일방적인 언론발표 등을 통해 사실을 호도하고 문제를 확산시킨 것에 대해서 깊은 유감을 표하고, 우리의 절제된 대응 노력을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국방부의 다른 관계자는 회의 분위기와 관련해 "팽팽하게 평행선을 달렸다"며 양측의 입장차가 여전함을 시사했다.
지난달 20일 우리 해군의 북한 선박 구조 과정에서 한일 레이더 갈등이 불거지고 3주 이상 지나서야 이 문제와 관련한 국방당국 간 첫 대면 회의가 성사됐지만, 결론을 내지 못한 셈이다.
일본은 한국의 광개토대왕함이 여러 차례에 걸쳐 해상자위대 초계기에 화기관제(사격통제) 레이더를 조사(照射·비춤)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우리 군은 영상 촬영용 광학카메라를 가동했을 뿐 사격통제 레이더를 방사하지 않았고 오히려 일본의 초계기가 낮은 고도로 위협 비행을 했으니 사과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 양국은 지난달 27일에도 레이더 갈등 해소를 위해 실무급 화상회의를 가졌지만, 당시에도 입장 차이만 확인했다.
이후 일본 방위성은 해상자위대 초계기가 촬영한 당시 동영상을 공개하고, 우리 국방부도 이에 대응해 반박 동영상을 올리면서 레이더 갈등은 국제 선전전으로 비화했다.
이날 협의에선 일본 초계기가 수신한 우리측 레이더 정보의 공개 여부가 최대 쟁점이었다.
우리측은 광개토대왕함이 조사했다고 일본 측이 주장하는 레이더 정보의 공개를 요구하고 있지만, 일본은 군사기밀을 이유로 공개를 꺼려왔다.
이에 대해 NHK는 이번 한일협의 관련 기사에서 일본 측이 자신들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로서 자위대 전파기록을 공개하는 방안을 포함해 대응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NHK는 한일 간 갈등이 한미일 3자 협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감안해 사태의 조기 수습이 필요하다는 것이 일본 측 입장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일본 측이 이날 협의에서 정확한 레이더 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한일 레이더 갈등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군 소식통은 "한일 양국은 추가 협의 일정을 잡기 위해 추후 협의키로 했다"고 말했다.
ho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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