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조 '황금알 낳는 거위' SK반도체 클러스터 유치 4파전

입력 2019-01-15 07:12  

120조 '황금알 낳는 거위' SK반도체 클러스터 유치 4파전
경기 용인·이천·경북 구미·충북 청주 양보없는 불꽃경쟁
업계측 "인프라·인재확보·수출편의 고려"…최종 향배 관심

(전국종합=연합뉴스) 정부 주도로 올해부터 10년간 120조원을 투자하는 반도체 특화클러스터 유치를 향한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반도체 특화클러스터는 지난달 18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업무보고에서 밝힌 '제조업 활력 회복 및 혁신 전략'에 포함된 것으로, 올해부터 2028년까지 120조원이 투자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는 고용 창출 효과가 1만명 이상에 달해 경제적 파급 효과가 수십조원에 이르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린다.
반도체 생산라인은 물론 부품, 소재, 장비업체까지 입주하는 반도체 특화클러스터는 정부가 경제활력 회복 차원에서 요청하면서 SK하이닉스가 구체적인 검토에 들어갔다.
이 대규모 프로젝트를 따내기 위한 경쟁은 현재 4파전 양상을 보인다. 경기 용인·경기 이천·경북 구미·충북 청주가 각급 의회를 통해 유치결의안을 채택하는 등 양보 없는 불꽃 경쟁의 배수진을 치고 나섰다.
이 가운데 반도체 특화클러스터 유치에 가장 적극적이고 기민하게 움직이는 곳은 경기 용인시다.
SK하이닉스가 정부와 공동으로 특화클러스터를 조성할 것이라는 소식이 알려지자 용인시의회는 지난달 21일 임시회 본회의에서 'SK하이닉스 반도체 특화클러스터 용인 유치 결의안을 채택하는 등 발 빠르게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용인시의회는 "용인시는 삼성전자 기흥반도체 공장이 있어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핵심역할을 하고 있을 뿐 아니라 반도체 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최적의 입지로 평가된다"면서 "용인에 반도체 공장과 더불어 부품, 소재, 장비업체까지 들어선다면 용인-이천-화성-평택의 거대 첨단산업 벨트가 조성돼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결의안 제안 이유를 밝혔다.

용인시는 스스로 최적의 후보지로 자평하면서 반도체 특화클러스터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유치를 희망하는 다른 지자체에 자극을 주지 않을까 걱정하며 적극적으로 유치홍보에 나서지 않는 등 가급적 '입단속'을 하며 저공비행 하려는 모양새다.
용인시 관계자는 "용인시는 SK하이닉스 이천본사와 지리적으로 가까운 데다 교통이나 반도체 인프라 등 모든 면에서 최적의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치면서도 "비수도권 지역의 반발로 자칫 유치에 실패할까 봐 조심스러운 입장"이라고 말했다.
용인시에 맞서 SK하이닉스 본사가 있는 이웃한 경기 이천시도 유치전에 가세했다.
이천시의회는 지난달 25일 'SK하이닉스 반도체 특화클러스터 조성에 대한 결의문'을 채택하고 반도체 클러스터가 이천에 건립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천시의회는 "SK하이닉스는 36년 넘게 이천에서 운영되면서 힘들 때마다 이천시민이 응원하며 지켜낸 '시민 기업'임을 강조하면서 "SK하이닉스가 참여하는 반도체 클러스터가 본사가 있는 이천시에 건립되도록 특별법 제정을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유치전에 가세한 경북 구미시와 충북 청주시는 국가균형발전 논리를 내세우며 수도권지역 유치에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올해 들어 본격적으로 유치 활동에 나선 구미시는 수도권과의 거리가 가장 멀어 교통 접근성은 불리하지만, 대규모 산업용지인 구미국가산업5단지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우고 있다.
경북도·구미시는 구미국가산업5단지 1단계 사업의 분양가를 낮추거나 2단계 사업 원형지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구미상공회의소도 지난 10일 성명서를 내고 "반도체 특화클러스터를 유치할 공단 부지가 있는 곳은 구미뿐"이라며 "경북도와 구미시는 구미국가산업5단지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투자유치 방안을 세워야 한다"고 요청했다.
이어 "클러스터 유치를 위한 구미시민의 간절한 염원을 담아 앞으로 서명운동을 전개한다"고 밝히면서 "수도권 공장증설을 완화하면 지방경제는 살아날 길이 없다. 정부는 국가·지방 경제를 모두 살리기 위해 일관된 수도권 규제정책을 펴고 기업의 지방투자를 위한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해달라"고 촉구했다. SK하이닉스 사업장이 있는 청주시도 비수도권 입지를 요구하고 있다.

청주시의회는 지난달 20일 건의문을 통해 "제조업의 경쟁력 강화와 혁신을 위해 '대·중소 반도체 상생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민간자금 120조원을 10년간 투자하기로 한 정부의 구상이 수도권을 염두에 둔 것이라면 국가균형발전 정책에 역행하는 것"이라면서 "(언론 보도처럼) 경기도 용인을 입지로 SK하이닉스와 협의를 벌인다면 망국병인 수도권 과밀·집중 및 국토 불균형이 가속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의 균형발전 정책 방향에 맞게 지방 소멸의 위기에 빠진 충북을 비롯한 비수도권을 입지로 해 달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지방자치단체, 관계부처 논의 등을 거쳐 올 상반기 반도체 특화클러스터 입지를 최종적으로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수도권인 경기도 지자체가 유리한 조건에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특화클러스터는 대·중·소기업의 반도체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으로, 클러스터를 유치한 지역뿐 아니라 주변 지역까지 긍정적인 효과를 주는 것은 물론 국가경쟁력 향상에도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반도체 클러스터는 입지와 설립타이밍이 중요한데, 입지의 경우 우수 인재확보가 가능하고 장비·소재·부품업체 등 반도체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으며, 수출창구인 인천공항과의 지리적 접근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면서 "이런 조건을 봤을 때는 아무래도 경기남부 지역이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지역 균형발전론 등 경제 외적인 요소도 최종 입지선정의 변수가 될 개연성이 있는 만큼, 뚜껑을 열어볼 때까지는 아무도 결과를 예단할 수 없는 상태다.
(김인유 박순기 박재천 기자)
hedgeho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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