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조심스러운 성격의 이승엽(43) 야구장학재단 이사장은 KBO의 기술위원 제안을 받아들이기 전에 꽤 많이 고민했다.
김시진(61) 기술위원장에게는 "제가 들어가는 자리인지 모르겠습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일이다. 부담감이 크지만, 한국 야구를 위한 일이라면 해야 한다"고 다짐하며 김시진 위원장에게 "정말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했다.
KBO는 14일 국가대표팀 기술위원회 구성을 마치고 기술위원 명단을 발표했다.
이승엽 이사장은 김시진 위원장이 이끄는 기술위원회에 최원호·이종열 SBS스포츠 해설위원, 박재홍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마해영 성남 블루팬더스 감독, 김진섭 정형외과 원장과 함께 기술위원으로 합류한다. 대표팀 선발 과정에서 막중한 역할을 해야 한다.
2017시즌 종료 뒤 선수 생활을 마감한 이승엽 기술위원은 야구장학재단 이사장, KBO 홍보위원으로 일했다. 야구 관련 종사자였지만 '승부'와는 떨어진 일을 했다.
기술위원은 그라운드에 서지 않지만, 승패와 밀접하다.
이승엽 기술위원은 14일 연합뉴스 통화에서 "해보지 않은 일이지만, 기술위원은 무척 중요한 자리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재단 일과 KBO 홍보 등 '즐거운 일'을 했는데 기술위원으로는 조금 더 부담을 느끼며 일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방송 해설위원으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지켜봤다. 아시안게임 대표팀을 향한 냉정한 시선도 간접적으로 느꼈다.
이승엽 기술위원은 "지난해 우리나라 야구가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래서 더 부담감이 크다"며 "나는 많이 부족하다. 그러나 내가 오래 선수 생활을 하며 느낀 부분, 밖에서 야구를 보며 깨달은 것 등을 한국 야구를 위해 활용하겠다"고 했다.
국가대표 감독 선임, 선수 선발 등을 떠올리면 부담감이 더 커진다.
걱정을 늘어놓던 이승엽 기술위원은 "성심성의껏, 내가 본 그대로 사심 없이 의견을 내는 게 최선일 것"이라며 "모든 선수가 태극마크를 자랑스러워한다. 나라가 부르면 뛰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선수 개개인에게는 말 못 할 부상과 고민이 있을 수 있다. 그런 부분까지 파악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승엽 기술위원은 현역 시절 '국민타자'로 불렸다. KBO리그에서만 457홈런을 치고, 한일통산 626홈런의 금자탑을 쌓은 것도 야구에만 집중한 덕이다.
여기에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올림픽 등 굵직한 국제대회에서 극적인 홈런을 치며 한국 야구의 위상을 높였다.
이승엽 기술위원은 2006년 WBC 일본과의 1라운드 결승에서 1-2로 뒤진 8회 초 1사 1루, 이시이 히로토시를 상대로 우월 역전 투런포를 쳤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준결승에서도 2-2 동점이던 8회말 1사 1루, 일본 마무리 이와세 히토키를 공략해 역전 결승 투런 아치를 그렸다.
이 밖에도 2000년 시드니올림픽 3, 4위전 결승 2루타, 2006년 WBC 미국전 홈런 등 한국 야구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을 연출했다.
이제는 '제2의 이승엽' 발굴을 위해 책상 앞에 앉는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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