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서 테러리스트 손에 핵물질 넘어가지 않도록 제거 협력
"경제·군사 갈등에도 '핵확산 방지'에는 이해관계 일치"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무역전쟁과 무기개발 경쟁 등으로 인해 '견원지간'이라고 할만한 미국과 중국이 '반테러 전선'이라는 공동의 대의를 위해 나이지리아에서 손을 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미국 디펜스뉴스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 영국, 노르웨이, 체코, 러시아 등 6개국 전문가들은 지난해 10월부터 나이지리아 카두나 지역의 원자로에서 고농축 우라늄을 제거하기 위한 합동 작업을 벌였다.
이곳의 원자로는 지난 2004년 중국의 기술 지원으로 세워진 것으로, 전력 공급 목적이 아닌 연구용 원자로였다.
문제는 이 연구용 원자로가 핵무기에 쓰일 수 있는 고농축 우라늄(HEU)을 원료로 사용한다는 점이었다.
더구나 나이지리아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보코하람의 세력이 커지면서 이 핵물질이 테러리스트의 손에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보코하람은 지난 10년간 아프리카 나이지리아와 차드, 카메룬, 니제르 등에서 테러, 납치, 교전 등을 일삼아 이들 국가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고농축 우라늄이 보코하람의 손에 넘어갈 경우 핵무기를 이용한 테러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에 미국과 중국 등은 치밀한 합동 작전을 전개했다.
6주에 걸친 물류와 안전 준비 끝에 드디어 카두나 지역의 원자로에서 고농축 우라늄 제거에 성공했고, 이 핵물질은 지난달 4일 중국으로 향했다.
특히 이번 협력은 미국과 중국이 핵무기 개발을 놓고 팽팽하게 맞서던 시기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지난해 10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거리 핵전력 조약(INF)의 파기를 공식화하면서 러시아와 중국에 의한 핵무기 개발 위협을 그 이유로 들어 긴장을 고조시켰다.
INF는 1987년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맺은 조약으로 사거리 500∼5천500㎞인 중·단거리 탄도·순항미사일의 생산과 실험, 배치를 전면 금지해 냉전 시대 군비경쟁을 종식하는 데 기여했다.
이러한 핵무기 개발 경쟁과 무역전쟁 등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중국이 나이지리아에서 협력한 것은 '핵확산 방지'라는 대의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중국 전문가인 엘사 카니아 신미국안보센터 연구원은 "양국은 핵 안전에서 상호 이익을 추구하는 데 있어 깊은 이해와 일치된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군사전문가 쑹중핑(宋忠平)은 "미국과 중국의 정치, 경제, 군사적 경쟁 관계가 갈수록 격화하고 있지만, 핵물질이 테러리스트의 손에 넘어가는 것을 막는 데는 공통의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며 "양국 모두 세계의 핵 균형 유지를 바란다"고 말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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