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차례 법리공방 끝에 법원 '반송신고 규정 위반 혐의 적용에 손들어줘"
법원, 여행객 운반책 동원한 불법 중계무역 구조 첫 인정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홍콩 금괴 4만여개를 한국 공항 환승 구역을 통해 일본으로 밀반출한 일당이 처음으로 관세법 혐의를 적용받아 법원으로부터 전원 유죄를 선고받았다.
밀수범들이 공짜 여행을 미끼로 모집한 한국인 여행객을 국내 공항 환승 구역에서 만나 금괴를 넘기고 이를 일본공항으로 빼돌리는 범행수법을 법원이 불법 중계무역에 해당한다고 인정한 것이다.
세금이 없는 홍콩 금괴를 한국을 거쳐 일본으로 빼돌려 시세 차익을 노리는 밀수 사례가 기승을 부렸지만 처벌 사례는 드물었다.
일본은 소비세 인상으로 금괴 가격이 홍콩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다.
이렇다 보니 한탕을 노리는 금괴 밀수조직은 경쟁적으로 늘었고 마약 밀수조직처럼 조직적인 형태로 진화하는 양상까지 보였다.
그동안 관세청은 공항 환승 구역을 외국으로 간주해 관세법 적용이 쉽지 않다며 환승 구역에서 벌어지는 금괴밀수를 처벌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부산지검 외사부는 기존 금괴 밀수사건 기록을 분석, 수사에 착수한 뒤 금괴 불법 중계밀수 일당과 사건 전모를 밝혀내 지난해 5월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외국으로부터 국내에 도착한 물품이 수입통관 절차를 거치지 않고 다시 외국으로 반출되면 반송신고를 해야 하는 관세법상 반송신고 규정을 어겼다는 혐의를 이들에게 적용했다.
특히 밀수범들이 홍콩에서 산 금괴를 가지고 국내 공항을 단순히 거쳐 일본으로 갔다면 국내 관세법으로 처벌이 불가능하지만, 보세구역에 해당하는 공항 환승 구역에서 금괴를 여행객에게 넘겨 운반하도록 한 것은 관세법 위반으로 봤다.
부산지법 형사5부(최환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재판은 12차례 공판이 이어지며 검사와 변호인 측간 치열한 법리 공방이 벌어졌다.
검사는 17차례 의견을 제출했고, 밀수범들은 부산지법원장 출신 전관 변호사를 선임해 대응했다.
쟁점은 국내 공항 환승 구역을 통한 금괴 중계밀수가 불법 중계무역에 해당하는지였다.
피고인 측은 금괴가 중계무역물품이 아닐뿐더러 금괴 유통 역시 중계무역이 아니라는 주장을 펼쳤다.
재판부는 "홍콩에서 산 금괴를 국내 공항으로 들여온 것은 피고인 이견이 없고 사전에 일본 현지인에게 금괴 판매 대금을 되돌려받기로 맺은 약정을 근거로 금괴를 환승 구역에서 일본으로 이동시켰다면 중계무역에 해당한다"며 "금괴 역시 중계무역물품에 해당해 관세법상 반송 대상인데 신고하지 않았다면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어 공항 환승 구역이 관세법에 규정된 장치장소가 아니고 금괴는 반송신고를 생략할 수 있는 휴대품이라는 변호인 주장에 대해서도 "환승 구역은 관세법상 지정보세구역이며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상용 물품은 여행자 휴대품이 아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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