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검거 현장영상 공개…'민낯' 보인 허무한 조폭 위계질서

입력 2019-01-15 14:38   수정 2019-01-15 17:51

조폭검거 현장영상 공개…'민낯' 보인 허무한 조폭 위계질서
경찰, 광주 '원정보복' 사건 관련 7개 파 35명 조폭 검거



(광주=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지난해 말 광주에서 발생했던 조직폭력 간 보복전에 관련된 조폭들이 모두 검거됐다.
경찰은 사건 종료를 기점으로 당시 현장 상황이 담긴 영상 일부를 공개했는데, 조직폭력배 그들만의 세계를 엿볼 수 있어 보는 이들을 씁쓸하게 한다.

지난해 11월 24일 오전 광주 북구의 한 모텔 앞 주차장에서 조폭 십여명이 한 광주 조폭인 한 남성을 둘러싸고 있었다.
광주 조폭은 무언가 잘못한 것이 있는 듯 무릎을 꿇어 고개를 숙이고 있고, 십여명의 다른 건장한 남성들은 주머니에 양손을 꽂고 바닥에 침을 뱉으며 이 남성의 주위를 맴돌며 위협하고 있었다.

이들은 인천·경기·서울 지역에 거점을 두고 활동하는 조직폭력배들이다.
전날 밤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광주를 찾은 인천 조폭이 술자리에서 광주 조폭 후배들에게 몰매 맞는 일이 터지자, 이를 보복하기 위해 인천 조폭의 요청을 받고 수도권 조폭이 광주로 집결했다.
이들이 임시 본부로 삼은 모텔 앞 주차장에 속속 차량이 도착할 때마다 좀처럼 볼 수 없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기세등등하게 차량에서 내린 조폭들은 미리 와 있던 선배 조폭들을 발견하고는 살기를 접고 종종걸음으로 뛰어가 허리를 접고 90도 인사를 했다.
후배 조폭들도 허리를 숙인 인사로 갓 도착한 조폭들을 맞이했다.
담뱃불을 붙여주는 장면에서도 이들의 '서열의식'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한 조폭은 허리를 숙인 채 뭉툭한 두 주먹을 살포시 포개 라이터 부싯돌을 튀기며 불을 붙여주고는 다시 바람을 가르는 듯한 인사를 선배에게 건넸다.
어떤 후배 조폭은 많은 숫자의 선배 조폭들에게 한꺼번에 10번가량 눈을 마주치는 깍듯한 인사를 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위화감을 느낄만한 이런 풍경은 일반 시민들에게는 낯설었지만, 조폭들 세계에서는 당연한 듯 보였다.


원정보복을 위해 광주에 집결한 수도권 조폭은 6개 파 27명이었다.
이들은 광주 조폭 한 명을 붙잡아 무릎 꿇리고 폭행하며 광주 조폭의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다 갑자기 수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하나둘씩 차량에 올라타 도망가기 시작했다.
서열이 낮은 후배 조폭들은 자신들을 내버려 두고 떠나는 선배 조폭들에게 깍듯한 인사하기 위해 여전히 대기 중이었다.
그 순간 경찰이 덮쳤다.
떠나는 차량을 가로막은 경찰은 차 안에서 조폭을 끄집어내렸다.
모텔 앞에 집결한 조폭들도 십여명도 테이저건·삼단봉 등으로 완전무장한 채 덮친 경찰의 위세에 별다른 반항을 하지 못하고 두손을 들며 무릎을 꿇었다.
자신들의 세계 안에서는 기세등등한 조폭이 공권력 앞에서는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리는 장면이었다.

경찰은 현장에서 12명의 조폭을 붙잡았고, 상대 조직원에게 보복하기 위해 집결했다 달아난 다른 조폭들도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경찰은 49일 동안의 끈질긴 수사를 통해 도망간 수도권 조폭과 전날 술집 폭행 사건에 연루된 광주 조폭을 모두 일망타진했다.
이번 사건으로 경찰에 잡힌 조폭들은 7개 파 35명에 달한다.
사건을 수사한 광주 북부경찰서 강력 2팀은 "조폭 조직간 원정보복 싸움이 발생할 뻔했다"며 "조폭 조직간 다툼을 예방하고, 관련자를 모두 검거한 것이 이번 사건의 성과다"고 밝혔다.

pch80@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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