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원하는 건 가을야구…지난해 타격왕, 차라지 받지 않길 바랐다"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김현수(31)는 2018년 LG 트윈스 더그아웃에서 가장 시끄러운 선수였다.
패색이 짙은 경기, 고개 숙인 LG 동료들을 행해 "오늘 한 경기로 시즌이 끝나는 건 아니다. 힘을 내자"고 외쳤다.
이런 김현수의 모습을 본 류중일 LG 감독은 그를 2019년 주장으로 임명했다.
15일 서울시 잠실구장에서 만난 김현수는 "내가 LG에 몸담은 시간이 너무 짧았다. 그래서 정찬헌, 오지환 등 LG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선수들에게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선수들이 개성을 마음껏 발휘하는 팀이 됐으면 한다. 한 경기에 패하면 위축되는 분위기도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주장 김현수가 만들어갈 LG 분위기'를 미리 그렸다.
그는 "더그아웃에서 한 명이라도 떠들면, 분위기가 살아난다. 내가 그 역할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2006년 두산 베어스에 입단하며 프로 생활을 시작한 김현수는 2015시즌 종료 뒤 미국프로야구에 진출했다.
2년(2016∼2017년) 동안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뛴 김현수는 2018년 LG와 계약하며 국내로 복귀했다.
김현수의 성적은 화려했다. 그는 2018년 타율 0.362, 20홈런, 101타점을 올렸다. 타율은 1위에 올랐다.
하지만 김현수는 "2018년은 너무 아쉬운 시즌"이라고 돌아봤다.
김현수는 9월 4일 kt wiz전에서 수비 중 발목을 다쳤고, 인대가 손상됐다는 진단이 나와 시즌이 끝날 때까지 그라운드로 복귀하지 못했다. 김현수의 공백은 컸다. LG는 8위로 정규시즌을 마쳤다.
그는 "야구를 하면서 크게 다친 적이 없었다. 그런데 그날 외야수로 익숙했던 동작을 1루에서 하다가 인대를 심하게 다쳤다"며 "1루수로 나가는 걸 모르는 것도 아니었는데 내 준비가 부족했다. 결국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다. 너무 아쉽다"고 자책했다.
일부 팬들의 비아냥도 김현수에게 상처로 남았다.
시즌 막판 경기에 나서지 못한 김현수가 타격왕에 오르자 몇몇 팬들은 "경기에 안 나가는 사람이 승자"라고 김현수의 성과를 폄훼했다.
김현수는 "사실 나도 다른 선수가 타격왕을 받았으면 했다. 내가 일부러 쉬는 것도 아닌데 그런 말이 들릴 때는 마음이 불편했다"고 털어놨다.
이제 아쉬운 기억은 모두 털어내려고 한다.
김현수는 웨이트트레이닝에 주력하며 2019시즌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 김현수와 함께 훈련한 채은성이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이면서 이번 겨울에 김현수와 함께 훈련하는 후배가 늘었다. 김현수에게는 '김관장'이라는 별명도 생겼다.
김현수는 "그냥 함께 훈련하는 것이다. 별다른 게 없다"고 손사래를 쳤지만, 류중일 감독은 "김현수가 LG 선수들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미치는 건 확실하다"고 했다.
'주장' 김현수는 동료들에게 '두산전 스트레스'도 떨쳐내자고 말한다.
지난해 LG는 '잠실 맞수' 두산에 1승 15패로 처절하게 당했다.
김현수는 "냉정하게 지난 시즌 성적만 보면 LG는 두산의 라이벌이 될 수 없다. 선수들에게 '인정할 건 인정하자'고 했다"고 전하며 "올해는 두산이 더 부담을 느낄 것이다. 우리가 더 편하게 마음먹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물론 김현수도 두산전 승리에 대한 열망이 강하다. 그는 부상 중에도 10월 6일 열린 두산과의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를 챙겨봤다. 당시 LG는 3-1로 승리하며 두산전 전패를 막았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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