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타개 위해 '사회적 대토론' 마이크 잡은 마크롱

입력 2019-01-16 02:43   수정 2019-01-16 13:28

위기타개 위해 '사회적 대토론' 마이크 잡은 마크롱
노르망디 방문해 '노란 조끼'의 퇴진요구 시위 속 토론 참석자들 의견청취
"논의 못할 내용은 없다"면서도 부유세 부활 요구는 배제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노란 조끼' 시위 국면의 타개를 모색하는 사회적 대토론의 첫 테이프를 끊었다.
마크롱은 이날 오후 노르망디 지방 그랑 부르그데룰드의 체육관에 도착해 이 일대 600여 명의 지방자치단체장이 참석한 가운데 본인이 발의한 사회적 대토론의 서막을 직접 열었다.
마이크를 든 마크롱은 전국에 생방송이 된 토론에서 "오늘 이 자리의 논의에서 금기는 없다"면서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겠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지역 주민에게서 받아적은 두꺼운 노트를 펼쳐 들고서는 대통령을 상대로 다양한 불만을 쏟아냈다.
일부 시장들은 국가로부터 버림받은 느낌이 든다고 했다. 중앙정부의 지원은 열악한 수준인 데다 파리 등 대도시와 지역 소도시 간 격차는 더욱 커져만 간다는 것이다.
[로이터제공]
노르망디 지방 인구 500명의 소도시인 이빌의 장폴 르장드르 시장은 "두 개의 프랑스가 있는 것 같다. 우리는 B급"이라고 했고, 메닐앙우슈의 장노엘 몽티에 시장도 "파리에서 160㎞ 떨어졌을 뿐인데 우리는 너무 고립돼 있다"고 했다.
마크롱도 "지역의 선출직 공직자들에게 소외감과 국가의 관심을 받지 못한다는 감정이 있는 것을 알고 있으며 그런 현실을 부정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파리 등 대도시보다 열악한 경제 상황과 인프라, 탄소세(유류세) 인상이 지방 농민들의 어깨를 짓누르는 점 등은 '노란 조끼' 연속시위의 시발점이었다.
마크롱은 이날 토론에서는 부유세(ISF) 폐지 조치는 토론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도 또 한 번 확인했다.
노란 조끼 시위대 다수가 부유세의 부활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마크롱은 "(부유세 폐지를) 재평가할 수 있겠지만, 1년 된 조치를 다시 되돌리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마크롱은 이날 그랑 부르그데룰드의 첫 대토론 참석에 앞서서는 소도시 가즈니를 깜짝 방문해 지역 정계 인사들을 만나고 점심도 함께했다.
은퇴 노인 프랑시스 데크레트는 르 몽드 인터뷰에서 "사전에 연락을 받지 못한 깜짝 초청이었다"면서 "서로 존중하는 분위기 속에서 대화가 이뤄졌고 대통령은 주로 우리 얘기를 들었을 뿐 자기 의견은 많이 얘기하지 않았다"고 했다.
급조된 대통령과의 점심 식사에서 소상공인들과 전기기술자, 제빵사, 조경사 등은 돌아가면서 자신들이 처한 경제·사회적 문제가 무엇인지 설명하고 건의사항을 말했다.
마크롱은 그러나 현장 방문에서 특유의 직설화법을 구사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프랑스앵포 방송에 따르면 이날 오전 가즈니의 지역 정계인사들과 면담하는 과정에서 그는 빈곤층의 자립심을 길러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취지로 말하면서도 자신의 정책을 비난하는 세력에게 비속어를 섞어가며 "일부가 일을 그르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날 오후 마크롱이 참석한 그랑 부르그데룰드의 대토론에 '노란 조끼'를 입은 시위대는 입장이 허가되지 않았다.
토론장인 체육관 앞에 일찌감치 몰려든 노란 조끼 시위대 수백명은 "마크롱 퇴진!" 등의 구호를 외치며 토론장 진입을 시도했고, 경찰이 최루탄을 쏘며 해산에 나서는 등 충돌이 빚어졌다.
프랑스 정부는 이날부터 두 달간 전국에서 조세, 공공지출, 민주주의, 기후변화의 4개 대주제를 중심으로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는 '사회적 대토론'을 이어간 뒤 결론을 도출해 정책에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yongl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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