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 타협안 선택으로 갈등 봉합 국면…직군 간 대립 씁쓸
(광주=연합뉴스) 손상원 기자 = 광주 교사와 행정직 공무원들이 학교 환경위생 업무를 놓고 벌인 '밀어내기 한판'이 승자 없이 끝났다.
광주시교육청이 교육국, 행정국이 아닌 신설될 정책국 업무로 분장하면서 갈등이 봉합되는 모양새지만, 현장의 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6일 광주시교육청에 따르면 시교육청 법제심의위원회는 최근 회의를 열어 학교 내 환경위생 업무를 본청 정책국 안전총괄과 소관으로 지정했다.
수질관리, 공기 질 측정, 방역, 저수조 청소 등 업무는 명확한 구분 없이 학교에 따라 보건 교사 또는 행정직 공무원이 맡고 있다.
학생을 위해 필수적이지만 교직원들에게는 기피 대상으로 전락하면서 학교마다 위세가 약한 직군이 맡는 업무라는 냉소도 들린다.
시교육청은 교육지원청 학생복지건강과를 폐지하기로 하고 소관 업무를 배분하는 과정에서 환경위생 업무를 교육지원청 평생교육복지과로 이관하는 내용을 담은 행정기구 설치조례 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해당 업무가 교육지원국에서 행정지원국으로 넘어가게 되자 공무원 노조는 거세게 반발했다.
환경위생 업무를 행정실에서 맡아야 한다는 '신호'로 읽혔기 때문이다.
행정직 공무원들의 반발에 입법예고 내용이 변경될 기미를 보이자 이번에는 교사 노조가 시행규칙을 원안대로 개정하라고 맞서 갈등이 표출됐다.
시교육청은 법제심의위원회 개최가 한차례 무산되는 등 우여곡절 끝에 환경위생 업무를 교육지원청에 맡기지 않고 본청에서 총괄하기로 했다.
교사 업무를 관할하는 교육국이나 행정 지원 업무를 총괄하는 행정국이 아닌 정책국 소관으로 뒀다.
'제3 지대'에 업무를 배정하는 타협책이 나오자 학교별 업무 분장은 현행 유지될 공산이 커졌다.
교사, 공무원 노조의 힘겨루기는 일단락될 듯하지만, 해묵은 논쟁의 불씨는 여전히 살려둔 셈이다.
일선 학교 교무실과 행정실 사이에는 최근 교실에 공기정화장치를 설치하는 과정에서도 관리 업무를 서로 맡지 않으려고 일부 갈등을 노출하기도 했다.
업무가 늘어나는 것을 용인하지 않는 직군 간 대립은 교무실과 행정실이 높은 칸막이를 세운 교육 현장의 단면이라는 지적도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현재 상황으로는 어떤 방안도 혼란을 초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앞으로 정책국에서 조정·중재 능력을 발휘해 교육 현장의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sangwon7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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