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도쿄 여행 중 어쩌다 들어간 술집에서 무라카미 하루키를 만난다면 과연 무슨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
너르고, 세련되고 고독한 도시 도쿄.
떠나고 싶을 때 부담 없이 훌쩍 닿을 것 같은 거리에 있는 친숙한 도시이지만, 오래 지낼수록 그동안 알게 됐다고 생각한 것들을 다시 곱씹게 하는 이중적인 매력의 도시다.
'소설 도쿄'(아르띠잔)에서 우리는 다양한 사람들과 도쿄 번화가와 뒷골목 구석구석을 다니며 우리가 미처 모른 도쿄를, 그 안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발견한다.
하루키는 만나지 못해도 하루키를 만나려고 서성이는 작가나 작가 지망생을 우연히 스쳐 지나갈 수도 있다.
신주쿠 호텔에서 밀회를 즐기는 리를, 타지에서 행복을 위해 노력하는 신혼부부를, 점을 치고 있을지도 모를 재일교포 미숙을, 슈크림이 먹고 싶지만 민망해서 스포츠 신문을 함께 계산대 위에 올려놓는 중년 남성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소설 도쿄'는 테마소설집 '소설 제주'에 이은 테마소설 시리즈 '누벨바그'의 두 번째 앤솔러지다.
'누벨바그'는 세계 여러 도시와 작가들과 만남을 통해 지역과 문화, 사람이 어우러지는 장을 만들고자 기획됐다.
이번 책에는 김학찬, 김민정, 정의신, 송재현, 후카자와 우시오 등 일본에 사는 작가 넷, 한국에 사는 작가 한명이 쓴 소설 6편을 담았다.
특히 일본 연극계에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영화'야쿠니쿠 드래곤'으로 국내에도 알려진 재일 극작가 정의신의 소설이 눈에 띈다.
국내에서 정의신의 희곡이 아닌 소설을 소개하는 것은 처음으로, 정 작가는 '소프트보일드' 주인공 이름을 '의신'으로 설정하는 등 자신의 인생 희로애락을 소설에 진하게 담아냈다.
일본에서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R18 문학상' 대상을 받으며 등단한 재일교포 2세 작가 후카자와 우시오의 작품도 처음 한국 독자들을 만난다.
김민정 작가는 프롤로그에서 "도쿄는 다이내믹함과 동시에 어딘가 애처로운 도시"라고 말한다.
"절대 쉽지 않은 도쿄 생활과 각자의 고민, 결국 '왜, 어떻게 사느냐'로 종결되는 그 질문에 이 책을 쓴 모든 작가는 '희망차다'고 하기보다, 희망적인 여운을 남겨줍니다. (…) 매일매일 탈바꿈하는 도쿄가 부디 건재하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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