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검찰이 지난 15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추가 기소하면서 알려진 공소사실은 국회의원과 법원행정처가 재판에 개입하려 한 단면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유감스럽다. 임 전 차장은 2015∼2016년 전·현직 국회의원 4명의 지인 및 본인 재판과 관련해 담당 판사에게 청탁을 전하거나 양형 검토의견을 작성한 혐의를 받는다. 임 전 차장이 '재판 민원'을 받고 일선 법원에 전한 것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숙원이던 상고법원 설치 입법에 국회의원들의 도움을 받으려는 의도였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의 경우 2015년 5월 국회에 파견 나가 있던 부장판사를 의원실로 불러 지인 아들을 선처해달라고 부탁했다. 1심 재판을 앞두고 강제추행미수 혐의를 처벌이 가벼운 혐의로 바꿔 달라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임 전 차장은 이런 '민원'을 보고받고 해당 법원장에게 전달했다. 재판 결과 서의원 지인의 아들은 죄명이 변경되지는 않았지만, 징역형보다 낮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서 의원은 "죄명을 바꿔 달라거나 벌금을 깎아달라고 한 적이 없고 모든 것은 법원이 판단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서 의원이 판사를 불러 지인 관련 재판을 거론한 것이 사실이라면 재판 결과와 상관없이 부적절했다. 민주당도 자체 진상조사에 나섰다.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던 노철래·이군현 전 의원이 임 전 차장으로부터 양형 검토 등 법률자문을 받은 것도 부적절했다. 해당 의원들은 부인 또는 침묵하고 있다. 사실로 확인되면 사법부의 사법행정권 남용과 국회의원의 특권의식이 손잡은 나쁜 선례가 된다. 검찰은 의원들을 기소하지는 않았다. 청탁금지법 시행 전이고, 청탁 자체로는 처벌할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처벌 대상이 아니라고 해서 가볍게 넘길 일은 아니다. 정치권의 사법개혁 논의가 진정성을 의심받게 될 수도 있다.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검찰의 3차 소환조사가 마무리됐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가 막바지 단계다. 양 전 대법원장 신병처리가 어떤 방향으로 결론이 나든 재판의 독립, 사법부의 독립은 사법개혁의 최종 목표다. 사법부가 상고법원 설치 등 조직의 목표를 위해 입법부의 청탁을 받고 재판에 개입하려 했다면, 스스로 독립성을 훼손하고 사법개혁이 왜 필요한지를 드러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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