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 미달 학교 배정 학부모 교육청 항의 방문…국민청원 게시
(세종=연합뉴스) 김준호 기자 = 세종시교육청이 고교 신입생 배정 과정에서 발생한 오류로 혼란을 빚는 가운데 세종시의회 의원이 교육 행정의 난맥상에 대한 지적과 함께 반성을 촉구했다.
손현옥 시의원은 16일 개회한 시의회 임시회에서 긴급 현안질문을 통해 "정원이 증원된 학교에서 보듯 일부 학교에 대해 학생과 학부모의 선호도가 높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이번 사태로 동(洞) 지역 고교에 대한 불균형 현상을 확인했다"고 지적했다.
손 의원은 이어 "이는 고교 서열이 어느 정도 나타났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으로, 거기에 심각성이 있다"며 "고교평준화 정책을 추진하는 세종교육청이 예의주시해야 할 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그동안 교육청은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임기응변적 대응을 반복해 왔다"며 "이런 대응은 교육의 근간을 흔들고,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해 학생과 학부모들 간에 갈등과 혼란만을 부추기게 된다"고 일갈했다.
세종시교육청이 지난 11일 시행한 첫 배정은 알 수 없는 원인에 따른 오류로 무효가 됐다.
서둘러 재배정한 결과 195명이 첫 번째 배정과는 전혀 다른 고교로 배정됐다. 이 가운데 193명은 최초 1지망 학교에서 2·3지망 학교로 배정받았다.
학부모 100여명이 교육청의 성급한 재배정에 따라 자녀가 피해를 봤다며 밤샘 농성을 벌이자 교육청은 재배정 결과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당했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을 구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교육청은 이날부터 16일까지 195명을 대상으로 의사를 확인할 방침이다.
1지망에서 2·3지망으로 재배정된 학생 193명이 모두 구제를 원할 경우 한솔고와 아름고, 보람고, 새롬고는 학급을 증설해야 한다. 종촌고는 학급당 학생 수를 2∼3명 추가 배치할 계획이다.
이들 학교에는 최소 29명에서 53명까지 학생 수가 늘게 된다.
반면 신설학교인 다정고는 최대 61명까지 학생 수가 줄어든다. 성남고와 도담고, 고운고, 양지고, 두루고, 소담고도 학생 수가 감소한다.
학부모의 반발은 격화하고 있다.
정원 미달 학교에 배정된 학생들의 부모들은 교육청을 찾아 항의하는 등 집단행동도 불사하고 있다. 이들은 자녀들의 내신 불이익 등을 주장하며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무책임한 세종시 교육청과 교육감에게 책임을 묻습니다'는 글이 올라 200여명이 동의하기도 했다.
게시자는 "정부는 세종시교육청 감사 및 본건에 근무 태만한 담당자와 대행업체에 대해 법적인 처벌을 요구한다"며 "세종시 교육 백년대계를 더는 맡겨놓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만큼 진정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 스스로 물러나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촉구했다.
최교진 교육감은 "학부모들이 내신 문제에 예민해 걱정 많으실 것으로 생각한다. 배정이 마무리된 후 학교와 협의해 별도의 노력과 대책을 세울 것"이라며 "정확한 오류 원인도 빠르게 찾아서 가감 없이 투명하게 보고드리고, 시스템도 종합적으로 점검하겠다"고 해명했다.
최 교육감은 "세종시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는 말씀을 거듭 드린다"며 "이번 사태를 제대로 복기하고 평가하면서 책임을 져야 할 부분 책임지고,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kjun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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