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다른 소재 활용 못 한 스릴러…영화 '행맨'

입력 2019-01-16 17:07   수정 2019-01-16 17:08

색다른 소재 활용 못 한 스릴러…영화 '행맨'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술래는 펜으로 교수대와 영어 단어가 들어갈 빈칸을 그린다. 나머지 사람은 그 단어의 알파벳을 하나씩 맞춰가는데, 틀릴 때마다 교수대에 매달린 사람이 점점 완성된다.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행맨 게임이다.
영화 '행맨'은 이 게임을 소재로 한 범죄 스릴러 영화다. 전·현직 형사와 기자가 행맨 게임의 단어를 완성해가는 연쇄살인범을 쫓는다는 내용이다.
형사 루이니(칼 어번 분)는 목을 맨 시체가 발견된 살인사건을 수사하게 된다. 시신의 몸에는 잔인하게 알파벳이 새겨져 있다. 루이니는 현장의 행맨 게임 단서를 발견하고 범인이 자신과 은퇴한 형사 아처(알 파치노)를 지목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루이니와 아처, 기자 크리스티(브리타니 스노우)는 범인이 남겨놓은 단서를 토대로 다음 피해자와 살인자의 정체를 쫓지만, 범인은 이들을 비웃듯 매일 밤 11시 살인을 저지른다. 주인공들이 범인의 정체에 점점 가까이 다가가자 범인도 직접 이들을 노린다.


영화는 행맨 게임이라는 신선한 소재를 차용했으나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는 못한다.
범인은 분명 시체에도, 사건 현장에도 행맨 게임의 알파벳을 힌트로 남겨놓는데, 주인공들은 수사 중 이 단어를 유추해보려고 하지는 않는다.
다음 살인의 희생자를 알아내면서 범인과 두뇌게임을 펼치는 내용이 핵심인데, 그 추리 과정도 설명조로 언급만 되고 급하게 지나가 버려 관객에게 머리를 쓸 기회를 주지 않는다.
색다른 소재를 살리지 못하면서 기존 범죄 스릴러 영화들과의 차별화에 실패했다. 범인의 정체나 범행 동기도 설득력이 부족하다
주인공들의 사연도 맥락 없이 등장한다. 이 때문에 미드(미국 드라마) 시리즈 중 한 편을 보는 것 같다.
심장을 조여오는 장면은 계속 등장하기 때문에 스릴러 영화의 전형적인 서스펜스를 기대하고 본다면 만족스러울 수도 있다.
칼로 난도질 돼 목이 매인 시체와 어둡고 음침한 사건 발생 장소, 소름 끼치는 음향 효과가 시각과 청각을 자극한다.
베테랑 형사의 아우라를 내뿜는 알 파치노의 연기는 극을 묵직하게 끌고 간다.
오는 24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dy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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