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에도 얼지 않는 대청호…연안 주민 희비 교차

입력 2019-01-17 10:40  

한겨울에도 얼지 않는 대청호…연안 주민 희비 교차
옥천 안터마을 앞 빙어 낚시 무산, 겨울 장사도 불발
인근 '육지 속의 섬' 주민 뱃길 막힐 걱정 없어 희색

(청주=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충북 옥천군 동이면 안터마을 앞 대청호는 중부권 최대 빙어 낚시터로 손꼽히는 곳이다.

해마다 이맘때면 호수 전체가 거대한 얼음판으로 변해 낚시꾼을 끌어모았다. 짧은 기간 수만 명이 찾으면서 낚시 도구나 음식을 파는 주민들의 소득도 짭짤했다.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 등 가축 전염병이 유행하기 전 이 마을은 꽁꽁 언 호수에서 '겨울문화축제'를 열어 한해 1억원이 넘는 가욋돈을 벌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겨울 상황은 전혀 딴판이다. 꽁꽁 얼어붙던 호수는 물이 가득 차 출렁거리고, 낚시꾼 차량으로 혼잡을 빚던 주변 도로도 한산하다.
마을 주민 박효서(53)씨는 "보통 연말께 물이 얼기 시작해 1월 초가 되면 20㎝ 이상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이는 데, 올해는 그럴 기미가 없다"며 "빙어낚시에 맞춰 겨울 장사를 준비하던 주민들이 크게 실망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인근에서는 얼지 않는 호수를 반갑게 쳐다보는 이들도 있다.
높은 산과 호수 둘러싸여 '육지 속의 섬'으로 불리는 옥천읍 오대리와 군북면 막지리 주민들이다.

이들 두 마을은 수면이 얼어 뱃길이 막히면 바깥출입 하는 게 힘들어진다. 한 달 넘게 고립된 해도 있다. 이를 안타깝게 본 한국수자원공사에서 4년 전 빙판 위를 오가는 공기부양정을 지원하면서 그나마 불편이 어느 정도 완화된 상태다.
권병학 오대리 이장은 "이맘때면 호수가 얼어 공기부양정 없이는 오도 가도 못 했는데, 올해는 그런 걱정이 사라졌다"며 "큰 추위만 없다면 뱃길 막힐 일도 없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한겨울인데도 이례적으로 대청호가 결빙되지 않으면서 연안 주민들의 희비가 엇갈리는 것이다.
옥천군 관계자는 "그동안 대청호 가장자리가 얼지 않은 해는 없다"며 "지금으로 봐서는 사상 처음 얼음 없는 겨울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지역 호수가 얼지 않는 것은 포근한 날씨와 풍부해진 수량 때문이다.
올해 들어 지난 16일까지 충북지역 평균 기온은 영하 2.7도로 과거 30년 평균(영하 3.5도)보다 0.8도 높다. 최저기온도 영하 8.4도로 평년(영하 8.6도)을 0.2도 웃돈다.
청주기상지청 관계자는 "지난해 말 반짝 추위가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포근한 겨울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댐 수위도 장마철에나 도달하던 상시 만수위(76.50m)에 가깝다.
17일 오전 10시 댐 수위는 75.30m로 1980년 댐 건설 이후 1월 평균 수위 69.43m를 5.87m 웃돈다. 겨울 가뭄이 심했던 2016년(66.16m)에 비해서는 무려 9.14m가 높다.
호수에 물이 가득 채워져 외부 기온 변화에 덜 민감하고, 결빙속도도 그만큼 늦다는 얘기다.
금강유역환경청이 지난 7일 측정한 대청호 주요 수역의 표층 수온은 추동(대전) 6.7도, 문의(청주)·회남(보은) 7도로 결빙 온도(0도)를 크게 웃돌았다.
한국수자원공사 대청지사 관계자는 "현재 대청호 수위는 1월치로는 1986년 75.62m에 이어 역대 2번째로 높다"며 "요즘은 수량을 유지하는 시기여서 당분간 급격한 수위 변동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bgi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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