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구역 투기의혹' 손혜원 의원을 둘러싼 쟁점

입력 2019-01-16 19:01   수정 2019-01-17 10:50

'문화재구역 투기의혹' 손혜원 의원을 둘러싼 쟁점
조카에게 건물 매입비로 준 돈, 증여인가 명의신탁인가
박물관 실소유 여부·부동산 가격 변동·문화재 지정 압력도 논란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과 주변 인물들이 면(面) 단위 문화재로 등록된 전남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구역 일대 건물들을 등록이 이뤄진 지난해 8월 전후에 무더기 매입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런 일이 국회의원이라는 공직자에 맞는 행동인지, 나아가 그것이 혹 투기를 노린 것은 아닌지 하는 의혹에 휘말렸다.

SBS는 지난 15일 손 의원이 친척과 지인, 자신과 관련된 재단 명의로 2017년 3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근대역사문화공간 내 건물 9채를 매입했다고 보도했고, 손 의원은 투기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면서 악성 프레임의 모함이라고 반박했다.
손 의원이 지난 대선 이후 문화재청을 관할하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혹은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의원으로 활동하면서 지인들에게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의 매력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조카들에게 재산을 '증여'하면서까지 이곳에 있는 건물 매입을 권유했다는 점은 사실로 드러났다.
손 의원은 문화재와 목포 구도심을 사랑하는 순수한 의도에서 벌인 일이라고 항변한다. 하지만, 매입 시점이나 규모를 보면 투기라고 인식될 여지도 있는 데다, 설혹 그것이 투기가 아니라 해도, 문화재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소관 상임위 소속 국회의원으로 해도 되는 일인지는 판단이 엇갈린다.

투기 의혹을 둘러싼 여러 쟁점 가운데 하나는 손 의원이 조카 2명에게 문화재 구역 내 건물을 구입하라며 1억원씩 줬다고 하는 돈의 성격이다.
손 의원은 16일 보도자료를 내고 근대역사문화공간에 있는 게스트하우스 '창성장'과 또 다른 건물을 사라고 '증여'했다면서 조카 손모 씨가 2017년 11월 29일 용산세무서에 증여세 837만원을 납부했다는 이미지 파일을 공개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손 의원이 증여가 아닌 명의신탁 형태로 건물을 매입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적지 않다.
명의신탁은 재산 소유자 명의를 실소유자가 아닌 다른 사람 이름으로 해놓는 것으로, 법적으로 일부 허용되지만 세금탈루 같은 불법 행위에 악용되는 사례가 있다.
명의신탁 가능성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는 손 의원이 국회의원이 되기 전에 운영한 용산구 나전칠기박물관을 목포로 옮기기 위해 건물을 샀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손 의원은 "제 남편이 이사장으로 있는 크로스포인트문화재단이 매입한 부지는 박물관을 만들기 위한 목적이며, 보도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2018년 6월부터 지속해서 박물관 부지 확보를 위해 추가로 매입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어 "크로스포인트 인터내셔널이 최근 매입한 부지에는 30년간 브랜드 디자인 회사로 수많은 작품을 만들어온 크로스포인트의 기념관을 건립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크로스포인트는 브랜드 네이밍 업체로, 손 의원은 1986년부터 2016년까지 30년간 이 회사 대표를 지냈다. 크로스포인트 홈페이지에는 크로스포인트문화재단, 나전칠기박물관, 하이핸드코리아가 자매기관으로 표시됐다.
문제는 손 의원이 전국 박물관 정책을 총괄하는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 관할 문체위 여당 간사이면서도 사립박물관인 나전칠기박물관과 크로스포인트문화재단을 사실상 소유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국회가 지난해 3월 공개한 국회의원 재산등록 사항을 보면 손 의원 배우자가 나전칠기박물관이 있는 용산구 이태원동 260-19번지 218㎡ 토지를 소유했다. 이 땅의 평가액은 당시 9억8천만원이었다.
문화재계 관계자는 "손 의원은 작년 국정감사에서 국립중앙박물관장에게 나전칠기의 문화재 지정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라고 말할 정도로 나전칠기에 매우 큰 관심을 보였다"며 "문체위 소속 국회의원이 개인 박물관을 경영한다면 비난받을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손 의원은 국회의원에 당선된 2016년에는 관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다만, 물러난 이후 목포에 매입한 부동산을 그 박물관 이전 대상지로 삼으려 했다고 스스로 말한 대목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손 의원을 둘러싼 또 다른 쟁점은 손 의원 주변 인물과 기관이 건물을 산 뒤 부동산 가격이 실제 올랐는지와 손 의원이 근대역사문화공간 문화재 등록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여부다.
손 의원은 근대역사문화공간이 문화재로 등록된 이후 부동산 가격이 4배가량 뛰었다는 보도에 대해 "2년 전 구입한 조카집 가격이 8천700만원이었는데, 한 지붕 안에 있는 똑같은 집이 최근에 1억2천만원에 팔렸다. 약간은 올랐다"며 폭등설은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마구잡이식 재개발을 막고 목포의 역사적 가치를 지키고자 건물 매입을 추진했다"며 "문화재로 지정되면 오히려 시세차익을 얻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연합뉴스 기자와 만난 목포 부동산 중개소 관계자는 "최근 몇 달 전부터는 기대심리 때문인지 매물 자체가 없다. 이미 팔 사람은 다 팔고, 가지고 있는 사람은 안 판다"며 "인근에 건물을 사고 싶은데 평당 500만원을 불러도 싫다더라"고 말했다.
이어 "목포에 살고, 정작 필요한 사람은 사고 싶어도 못 산다. 평당 1천만원까지 오른 곳이 있다는 말도 들었다"며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올랐음을 인정했다.
이와 관련해 손 의원 관련 인물과 재단이 쓴 건물 매입비는 3.3㎡당 100만∼400만원으로 알려졌다.

근대역사문화공간 문화재 등록 압력에 대해 손 의원은 보도 직후 자신이 의견을 내거나 다른 사람과 도와 등록을 이끌었다고 말했다가 자신이 문화재 등록 필요성을 언급한 곳은 근대역사문화공간이 아니라 옛 조선내화 공장이었다고 설명했다.
'조선내화주식회사 구 목포공장'은 2017년 12월에 문화재로 등록됐으며, 근대역사문화공간과는 위치상 약간 떨어져 있다.
문화재청도 설명자료에서 "문화재 등록은 전문가 현지조사와 문화재위원회의 엄격한 심의에 의해 시행될 뿐, 개인 의견이나 영향력에 좌우되는 사안이 아니다"라며 손 의원이 등록 과정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손 의원이 전직 문화재청장에게 목포 근대문화 유산 보존 대책을 수립해 달라고 요청한 것은 사실로 드러났고, 작년 문체위 국정감사에서도 목포 현장답사를 주도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문화재 등록을 추진하는 문화재청이 손 의원의 발언과 행동을 사실상 압력으로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psh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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