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획 세우고 재계에 "최악 대비" 촉구하는 등 충격파 최소화 고민
(로마·베를린·파리) 현윤경 이광빈 김용래 특파원 = 영국 정부의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 합의안이 하원에서 부결되자 유럽연합(EU)의 주요 회원국들이 본격적으로 '노 딜'(no deal) 브렉시트 대비에 나서고 있다.
각국 정부는 영국이 EU와 탈퇴조건에 대한 합의 없이 3월 29일 EU를 탈퇴하는 상황에 대비해 비상계획을 수립하는가 하면, 기업들에도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라"고 요구했다.
EU 최대 경제국인 독일의 에릭 슈바이처 상공회의소 회장은 16일(현지시간) 언론 인터뷰에서 합의안 부결이 독일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했다.
그는 영국의 EU 탈퇴 기한이 연기되더라도 불확실한 상황이 지연될 뿐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되지 않을 수 있다면서 독일 기업들이 이후 상황에 대해 더 많이 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하이코 마스 외무장관도 언론 인터뷰에서 "독일은 이런 상황에 대한 준비작업으로 '하드 브렉시트'에 대비해 3개 법안을 통과시켰다"고 밝혔다.
연방금융감독청(BaFin)은 전날 브렉시트 합의안 부결에 따른 비상대응계획(컨틴전시 플랜)을 세웠다고 소개했다.
펠릭스 후펠트 청장은 금융시장이 정상적으로 기능하게 하는 계획을 갖고 있다면서 영국계 은행들과 거래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독일 당국은 독일에 거주하는 영국인들과 영국에 거주하는 독일인들이 혼란스럽지 않도록 영국의 EU 탈퇴 시 양국 간의 관계와 시민들이 받을 영향에 관해 설명하는 웹사이트도 개설했다.
독일과 함께 EU의 양대 국가인 프랑스도 촉각을 곤두세우며 파장을 주시하고 있다.
엘리제궁 관계자는 AFP통신에 "'노 딜' 브렉시트는 우리가 가장 원하지 않았던 시나리오인데 어제 리스크가 증폭됐다"면서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가 17일 관계 장관들을 소집해 노 딜 브렉시트 준비 작업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전했다.
프랑스는 EU 회원국 중에서도 영국과 역사적·지리적으로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가진 국가라 '노 딜'에 대한 우려가 상대적으로 더 큰 것이 사실이다.
프랑스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영국에 수출하는 프랑스 기업 수는 3만 곳에 이르며, 2017년 기준 영국으로의 수출액은 310억 유로(40조원)다.
이날 프랑스경제연합회(MEDEF)는 "어제 영국 의회의 투표 결과는 불확실성에 또다시 불확실성을 더했다"면서 회원사들에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라"고 촉구했다.
프랑스 정부는 이미 영불해협의 항구들에 추가로 배치할 세관원들을 채용하기 시작하는 등 노 딜 브렉시트 대비를 본격화하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도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전날 영국 의회의 결정으로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를 지켜보고 있다면서 "이탈리아는 브렉시트의 부정적인 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내각 2인자인 마테오 살비니 내무장관은 "이제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고 지적했고, 이탈리아 출신의 안토니오 타이아니 유럽의회 의장은 "우리의 우선순위는 EU 시민들을 보호하는 것으로, EU와 영국이 도출한 브렉시트 합의안이 변경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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