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2명 등 미국인 4명 숨져…"미군 주둔 이후 가장 많은 사망자"
펜스 부통령 "IS 격퇴" 주장해 논란 가중…민주·공화 모두 비판
(워싱턴·서울=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김승욱 기자 = 미군 철수가 시작된 시리아 북부에서 16일(현지시간) 자폭공격으로 미군 주둔 이후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미 워싱턴 정가 안팎에서 후폭풍이 이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시리아 철군 방침과 맞물려서다.
AP통신에 따르면 미 중부사령부는 이날 시리아 북부 알레포주(州) 만비즈 중심부의 한 식당 근처에서 자폭공격으로 미국인 4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다.
중부사령부는 숨진 미국인 4명 중 2명은 미국이 주도한 국제동맹군 소속 군인이라고 밝혔다. 민간인 사망자 2명 중 1명은 미국 국방정보국(DIA) 소속 군무원이고, 나머지 1명은 통역관으로 알려졌다. 중부사령부는 이외에도 미군 3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영국에 본부를 둔 시리아 내전 감시단체 '시리아인권관측소'는 미군과 쿠르드 민병대원, 민간인을 합쳐 16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으며, 현재 극단주의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IS)가 선전 매체를 통해 공격의 배후임을 자처한 상태다.
미국 언론들은 이번 자폭공격으로 지난 2015년 미군이 시리아에 주둔한 이후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과거 시리아 주둔 미군의 가장 큰 인명손실은 IS 무장세력과의 전투에서 2명이 전사한 것이었다.
공교롭게도 이번 공격은 트럼프 대통령이 'IS 격퇴전' 승리를 선언한 지 정확히 4주 만에 벌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4주 전 수요일인 지난달 19일 트위터에 "IS에 맞서 우리는 이겼다. 역사적인 승리 이후 우리의 위대한 젊은이들을 고향으로 데려올 시간이 됐다"라고 적고 시리아 철군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사건에 대한 입장은 아직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이 이번 사건에 대한 보고를 받았으며, 진행되는 사건에 대해 계속 모니터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후 샌더스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시리아에서 사망한 용감한 미국 영웅들의 가족에게 깊은 애도를 전한다. 우리는 또한 공격 과정에서 다친 장병들을 위해서도 기도한다"며 "우리의 장병들과 그 가족들은 모두 우리나라를 위해 모든 걸 희생해왔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철군 방침을 다시 도마 위에 올려 트럼프 행정부의 '시리아 전략 부재'를 맹비난했다.
리처드 블루멘털(코네티컷) 상원의원은 "전장에서 일어난 이번 비극은 미국이 얼마나 전략도 계획도 없는지를 보여준다"며 "계획도 전략도 없는 급격한 철수는 우리의 군대를 더욱 위험에 처하게 할 따름"이라고 비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딕 더빈(일리노이) 상원의원도 "우리가 말하려는 것은 대통령이 발표한 '30일 내 시리아 철수' 계획이 급작스럽고 위험하다는 것"이라고 가세했다.
공화당 내부에서도 미군의 시리아 철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철군 발표가 IS를 대담하게 하고 미국의 동맹들에 위험한 불확실성을 야기한 것을 우려한다"고 말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이날 IS 격퇴를 선언한 것을 두고도 뒷말이 나왔다.
펜스 부통령은 이날 워싱턴DC의 국무부 청사에서 열린 재외공관장 회의에서 한 연설에서 '칼리프'(이슬람교 왕국)는 허물어졌고 ISIS(IS의 옛 이름)는 격퇴됐다"고 밝혔다.
이어 "최고통수권자의 리더십과 우리 군의 용기, 희생 덕분에 ISIS에 대한 전투에서 손을 떼고 우리의 군대를 집으로 복귀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미국은 ISIS가 그 추한 머리를 다시 들지 못하도록 이 지역에 머물며 계속 싸워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CNN방송은 "이번 사고는 미국이 시리아 철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며 "미국이 이끄는 연합군 부대원들이 사망한 지 몇 시간 안 돼 펜스 부통령이 IS 격퇴를 선언했다"고 지적했다.
펜스 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시리아에서 발생한 이번 공격에 대해 언급하거나 사망자들에 대한 애도를 표시하진 않았다. 이와 관련, 한 백악관 관리는 펜스 부통령이 연설할 당시에는 미 행정부가 공식적으로 사망을 확인하기 전이라고 해명했으나, CNN방송은 펜스 부통령의 연설 30분 전 이미 미군 측이 트위터를 통해 사망 사실을 공지했다고 지적했다.
펜스 부통령은 논란이 일자 이날 오후 성명을 내고 사망 장병들에 대해 애도를 표했으나 여전히 IS 격퇴 및 초토화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고 CNN방송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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