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도니아와 합의안 의회 비준에 '파란불'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김승욱 기자 =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16일(현지시간) 의회에서 실시된 내각 불신임 투표에서 승리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그리스 의회는 이날 마케도니아와 체결한 국호변경 합의안의 비준 여부를 두고 내각 불신임 투표를 실시했으며, 총 300명의 의원 가운데 과반인 151명이 치프라스 내각을 지지했다.
치프라스 총리가 이끄는 급진좌파연합(시리자) 의원은 145명으로 과반에 미치지 못했으나, 독립그리스인(ANEL)당 탈당파와 무소속의원들이 합세한 결과다.
치프라스 총리는 이번 투표를 '안정에 대한 신임 투표'라고 표현하면서 "우리의 유일한 관심사는 그리스인의 요구와 이익에 부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치프라스 총리는 연립정부의 한 축인 독립그리스인당의 파노스 카네노스 국방부 장관이 마케도니아와의 국호 합의안에 반발해 지난 13일 장관직을 사퇴하자, 정치적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불신임 투표를 제안했다.
그리스는 1991년 옛 유고 연방에서 마케도니아가 독립한 이후 국호 문제로 대립해왔다.
그리스는 마케도니아라는 명칭이 알렉산더 대왕의 고대 마케도니아 왕국 중심지였던 그리스 북부 마케도니아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는 것이자, 그리스의 역사와 유산을 도용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이웃 나라를 인정하지 않아 왔다.
27년간 반목하던 두 나라는 지난해 6월 마케도니아의 국호를 '북마케도니아 공화국'(Republic of North Macedonia)으로 변경하는 대신, 그리스가 북마케도니아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유럽연합(EU) 가입을 반대하지 않기로 하는 합의안에 서명했다.
마케도니아는 1993년에 '구(舊) 유고슬라비아 마케도니아공화국'(FYROM)이라는 이름으로 유엔에 가입했으나, 그리스의 완강한 반대로 나토와 EU에는 발을 들이지 못했다.
그리스와 마케도니아의 역사적인 합의안은 내부에서 상당한 진통을 겪었다. 합의문이 서명되는 순간 양국에서는 격렬한 시위가 벌어져 부상자가 속출했다.
마케도니아 수도 스코페와 국경 마을에서는 각각 수백 명과 수천 명이 참가한 시위가 벌어졌다. 스코페에서는 경찰이 최루가스와 섬광 수류탄을 이용, 돌을 던지는 수백 명의 시위대를 해산했다.
그리스에서는 합의를 주도한 치프라스 총리를 끌어내리기 위해 야당이 주도한 불신임 투표가 실시됐으나, 153대 127로 내각 불신임안이 부결되면서 치프라스 총리는 직을 유지할 수 있었다.
진통 끝에 마케도니아 의회는 지난주 합의안을 비준했으며, 그리스 의회는 이달 중 합의안 비준 여부를 두고 표결에 들어갈 전망이다.
그러나 그리스 야당은 '매국' 합의안이라고 매도하고 있다. 제1야당인 신민주당의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대표는 "국가에 해를 끼치는 합의"라며 치프라스 내각에 대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지푸라기를 움켜쥐는 잡동사니 정부"라고 비판했다.
로이터 통신은 합의안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오는 20일 수도 아테네 중심부에서 대규모 시위를 준비하고 있으며, 과거 시위에 수십만명이 참여했다고 전했다.
[로이터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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