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지원 눈덩이…"재협상 요구 불응하면 제재 불가피"
(부산=연합뉴스) 김상현 기자 = 세금 먹는 하마로 전락한 부산 수정산터널과 백양터널에 대해 부산시가 사업권을 회수하는 공익처분을 검토하고 있다.
시는 지난해 초 민간자본으로 건설한 수정산·백양터널 사업시행자인 맥쿼리 측에 실시협약 변경을 요구했으나 1년이 지나도록 재협상에 응하지 않고 있다고 17일 밝혔다.
이에 따라 시는 지난해 개정돼 올해부터 시행에 들어간 유료도로법에 근거해 민자사업자 사업권을 강제로 회수하는 공익처분을 내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개정된 유료도로법에는 협약에 근거한 민간사업자라도 지나친 폭리를 취하거나 자본금 규모 축소, 이자수익을 자회사 등에 지급할 경우 민자시설 운영 관리권을 환수하는 등 제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시가 이처럼 수정산·백양터널 재협상을 요구하고 공익처분까지 검토하는 것은 두 터널이 개통한 지 20년 가까이 되는데도 갈수록 재정지원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때문이다.
시는 민자사업자인 맥쿼리 측과 실시협약을 체결하면서 연간 8.28%의 수익률을 보장하고 실제 수익이 90%에 미치지 못하면 차액을 지급하는 최소운영수익보장(MRG) 계약을 맺었다.
여기에다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한 터널 통행료 인상을 억제하는 조건으로 통행료 미인상분까지 계산해 매년 지급하고 있다.
지난해 1년간 두 터널의 MRG와 통행료 미인상분을 합친 금액만 129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터널 개통 때부터 지금까지 부산시가 맥쿼리 측에 지급한 재정지원금이 사업비를 훨씬 초과했다는 점이다.
실제 2017년까지 수정산터널에 투입된 재정지원금은 3천278억원으로 사업비의 1천280억원보다 2.5배나 많고 백양터널도 3천708억원으로 사업비 893억원보다 4.1배나 많다.
상황이 이런대도 당초 협약에 따라 백양터널은 2025년까지, 수정산터널은 2027년까지 재정지원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
부산시의회도 올해 4월까지 맥쿼리 측에 지급해야 하는 지난해 MRG와 요금 미인상분 예산 129억원 전액을 삭감하는 등 협약변경을 촉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맥쿼리 측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대규모 자본을 투자해 사회기반시설을 건설했고 당시 하자 없이 협약을 체결한 만큼 뒤늦게 변경을 요구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시가 사업권을 강제 회수하는 공익처분을 내릴 경우 행정소송 등 법적인 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을 부산시에 전달했다.
시 관계자는 "1년 가까이 사업자 측에 실시협약 변경을 요청했으나 이에 응하지 않아 공익처분을 검토하고 있다"며 "자체 법률 검토에서도 공익처분이 가능하다는 쪽으로 의견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수정산·백양터널 협약변경을 더는 늦출 수 없다"며 "재협상이 계속 이뤄지지 않을 경우 행정소송을 하더라도 공익처분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josep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