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인간 혈관이 줄기세포 배양으로 몸 밖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졌다.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 생명과학연구소(Life Science Institute) 소장 조지프 페닝거 박사 연구팀은 완전한 혈관 기능을 갖춘 3차원 혈관 오가노이드(organoid)를 페트리 접시(petri dish)에서 배양해내는 데 성공했다고 영국의 데일리 메일 인터넷판과 사이언스 데일리가 16일 보도했다.
오가노이드란 인체 장기와 유사한 구조, 세포 구성, 기능을 지닌 실험용 3차원 세포의 덩어리를 말한다.
이 혈관 오가노이드는 구조와 기능이 인간의 말초 혈관과 놀라우리만큼 같아 앞으로 혈관질환 연구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연구를 주도한 라이너 윔머 연구원은 밝혔다.
연구팀은 이 혈관 오가노이드를 쥐에 이식해 봤다.
그 결과 이 미니 혈관은 완벽한 기능을 갖춘 동맥과 말초 혈관으로 자라났다. 이는 인간 줄기세포로 혈관 오가노이드를 시험관에서 배양해 만들 수 있을 뿐 아니라 이를 동물의 몸 안에서 혈관 시스템으로 성장하게 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어 이 혈관 오가노이드를 페트리 접시에서 '당뇨병 환경'을 만들어 노출시켜 봤다.
그러자 이 미니 혈관은 혈관 벽의 일부인 기저막(basement membrane)이 크게 확장했다. 이처럼 혈관 기저막이 두꺼워지는 것은 당뇨병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혈관 손상과 놀라우리만큼 유사했다.
당뇨병의 한 가지 특징은 혈관 기저막이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지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세포와 조직에 대한 산소와 영양소의 전달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신부전, 심근경색, 뇌졸중, 망막질환, 말초 혈관질환 같은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연구팀은 이 미니 혈관을 이용해 혈관 벽이 두꺼워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화학물질을 찾아보기로 했다.
현재 당뇨병 치료에 쓰이는 약제들은 이러한 효과가 없었다.
그러나 동물 모델 실험에서는 체내에서 만들어지는 효소의 일종인 Y-세크레타제를 억제하는 물질이 혈관 벽 경화를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일련의 실험 결과는 혈관 오가노이드를 통해 당뇨병과 관련된 혈관 손상의 근본적인 원인을 밝혀내고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당뇨병만이 아니라 심혈관질환, 뇌졸중, 뇌졸중, 치매, 암 등으로 발생하는 갖가지 혈관질환도 원인과 치료법을 찾아낼 수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전망했다.
이 연구결과는 영국의 과학전문지 '네이처'(Nature) 최신호에 발표됐다.
s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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