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이 '죄송하다'고 연락…잘하는 두산 타자들 떨어지지 않게"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프로야구 SK 와이번스를 '홈런 군단'으로 이끈 정경배(45) 코치가 팀 타율 1위 두산 베어스 유니폼을 입었다.
정경배 코치는 "짜임새 있는 타선을 지닌 두산으로 와 기쁘면서도 부담감이 크다"며 "잘하는 선수의 성적이 떨어지지 않게 하는 것도 코치의 중요한 임무"라고 말했다.
정 코치는 15일 서울시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 창단 37주년 행사에서 '신임 코치'로 선수와 구단에 인사했다.
지난해 11월, 한국시리즈 우승을 놓고 다퉜던 팀으로 이적한 정 코치는 "아직 더그아웃에 앉지 않아서, 이적했다는 느낌은 크지 않다"고 했다. 지난해 두산은 한국시리즈에서 SK에 패했다. 정 코치는 SK의 타격코치였다.
두산과 SK 타선의 색은 매우 다르다.
SK는 지난해 233홈런으로 이 부문 압도적인 1위에 올랐다. 반면 타율은 0.281로 7위였다.
두산은 0.309의 놀라운 팀 타율로 1위를 차지했다. 국내에서 가장 큰 잠실구장을 쓴 탓에 홈런은 191개로 4위였다.
정 코치는 "팀마다 맞는 옷이 있다. 두산 기존의 틀을 깨지 않겠다"며 "두산은 팀 타율 3할을 넘는 팀이다. 워낙 타격이 뛰어난 팀이라서 부담감을 느끼기도 한다. 잘하는 두산 타자들의 성적이 떨어지지 않게 하는 게 코치의 역할"이라며 자신이 변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정 코치가 SK를 떠나면서 많은 선수가 아쉬워했다.
특히 최정은 정 코치에게 미안함을 표했다.
정 코치는 "최정이 '저 때문에 떠나시는 건 아니죠'라고 묻더라"고 웃으며 "내가 예전에는 수비코치를 하고, 최근까지 타격코치로 일하면서 최정과 대화를 많이 했다"고 떠올렸다.
최정은 2018시즌 홈런 35개를 쳤지만, 타율이 0.244로 뚝 떨어졌다. 최정의 부진에 정 코치도 마음이 아팠다. 정 코치는 "선수 성적이 떨어지면 코치의 미안함이 커진다"고 최정을 향한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두산에서도 '자주 대화하고 싶은 선수'가 있다.
좌타 거포 오재일은 2017년 타율 0.306, 26홈런, 89타점으로 활약했다. 그러나 2018년 시즌 초에 고전하며 타율이 0.279로 떨어졌다. 후반기에 홈런을 꾸준히 생산한 덕에 홈런 수(27개)는 늘었다.
정 코치는 "오재일과 대화하며 문제점을 파악해보겠다. 선수 의견을 존중하면서 내 의견도 말하겠다"고 했다.
두산은 정 코치 영입으로 힘과 정확성을 겸비한 타선 구축을 기대한다. 정 코치도 고민을 시작했다.
jiks7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