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때 살아남은 미국인, 케냐 테러로 사망

입력 2019-01-17 11:40   수정 2019-01-17 11:52

9·11 때 살아남은 미국인, 케냐 테러로 사망
소말리아 경제원조 나섰던 두 절친·영국인 자선단체 직원도 사망

(서울=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케냐 수도 나이로비 도심 호텔에서 발생한 폭탄·총격 테러 희생자 중에 9·11 테러에서 살아남은 미국인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의 보도에 따르면 9·11 테러 당시 세계무역센터 부속건물에서 일하다 죽을 고비를 넘겼던 미국인 제이슨 스핀들러(40)가 이번 나이로비 테러로 사망했다고 그의 가족이 밝혔다.
스핀들러의 동생 조너선은 페이스북에 "우리 형이 오늘 아침 케냐 나이로비 테러에서 숨졌음을 무거운 마음으로 전합니다. 9·11 생존자인 형은 쉽게 굴하지 않는 사람이었습니다"라며 형의 사망 사실을 알렸다.
케냐 당국이 공식 발표한 사망자 명단에 스핀들러는 포함돼 있지 않다.



스핀들러는 텍사스 오스틴 대학과 뉴욕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살로몬 스미스 바니(현재 모건 스탠리에 합병)에서 일했다.
스핀들러는 9·11 테러 당시 살로몬 스미스 바니(현재 모건 스탠리에 합병) 직원으로 세계무역센터 부속건물에서 일했으나 건물붕괴 전 대피해 화를 면했다.
스핀들러는 이후 안정된 삶 대신 투자·컨설팅 회사를 공동으로 설립해 케냐의 외진 지역에 소형 발전기를 설치하는 사업을 하고 있었다.
대학동창인 케빈 유는 스핀들러는 9·11 때도 잔해에 깔린 사람들을 구하는 일을 도왔다면서 "호텔 바깥에서 폭발이 들렸을 때 그는 바로 도우러 뛰어든 사람 중 하나였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는 그런 사람이었다"고 애도했다.
오는 21일은 스핀들러의 41번째 생일이 돌아올 날이었다. 유족들은 이날 생일파티 대신 추모제를 열기도 했다.
케냐 테러에서 둘도 없이 친한 두 친구가 함께 숨진 사연도 전해졌다.
회사 동료이자 친구인 압둘라 다히르와 페이살 아메드는 테러가 일어난 호텔 경내의 식당에서 함께 식사하다 변을 당했다.



둘의 주변 사람들은 다히르와 아메드가 "죽을 때도 같이 죽겠다 싶을 정도로" 친한 친구라고 말했다.
개발 전문가로서 소말리아 국민의 삶을 개선하려는 경제원조 계획에 함께 참여했던 이들은 소말리아계 무장단체가 일으킨 테러에 목숨을 잃었다.
아메드의 아내는 임신 7개월인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또 영국의 한 자선단체 소속으로 케냐인들의 자립을 도우려 나이로비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영국인 루크 포터도 이번 테러로 목숨을 잃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 15일 오후 나이로비 도심의 두짓D2 호텔 복합건물과 인근에서는 총격과 폭탄 테러가 발생, 최소 21명이 숨졌다.
사건 직후 소말리아계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 '알샤바브'는 이번 테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라고 선언한 데 대한 보복이라고 밝혔다.
'9·11 테러'를 자행한 '알카에다'와 연계된 알샤바브는 2011년 케냐가 아프리카평화유지군(AMISOM) 일원으로 소말리아에 군대를 파병하자 '보복'을 선언한 뒤 케냐 내에서 테러를 자행하고 있다.
[로이터제공]
s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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