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 견딜 새 품종 개발에 야생종 보존은 필수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기후변화와 삼림 파괴, 수목병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야생 커피나무가 5종 중 3종 꼴로 멸종 위기에 놓여 지구에서 가장 애용되는 커피의 미래가 위험에 빠졌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AFP통신과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 큐 왕립식물원 과학자들은 최신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현장조사 결과를 토대로 124개 야생 커피나무종이 지구 온난화와 생태계 파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어떤 미래를 맞을지 예측했다.
그 결과 약 75종이 멸종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개발한 생물다양성 위험 척도에 따르면 13종은 심각한 위험에 당면해 있으며, 아라비카를 비롯한 40종은 멸종 위험종 , 나머지 22종은 취약종으로 분류됐다.
산미가 우수해 지난 수백년간 재배돼온 아라비카 종은 세계 커피 시장의 60% 가까이 차지하고 있지만 야생 종은 에티오피아와 남수단 2개국에서만 자라고 있다. 그나마 지구온난화가 계속되면 금세기 말에는 멸종할 것으로 예측됐다. .
이런 결과는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와 '지구 생물학 변화(Global Change Biology)'에 실렸다.
지난 30년간 커피나무 생태를 연구해온 큐식물원 커피나무 담당 책임연구원으로 이번 논문의 제1저자인 아론 데이비스 박사는 AFP통신과의 회견에서 "커피나무 전 품종에 걸쳐 멸종 위험이 60% 가까이 돼 식물의 일반적인 멸종 위험보다 높다"면서 "많은 품종이 제한된 지역에서 성장하고 발견하기도 어렵다는 점에서 놀랄 일도 아니다"고 했다.
일부 품종의 경우 축구장 크기 정도에서만 자라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커피나무는 지구 온난화로 기온이 상승하면서 에티오피아 등 전통적인 커피 생산국가에서 재배하기가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다.
야생 커피나무는 이런 상황에서 과학자들이 기온 상승과 건조한 기후에서 재배할 수 있는 새로운 품종을 개발할 수 있는 유전자를 갖고 있어 매일 20억잔 이상 소비되는 커피의 미래 생존에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다.
커피농장에서 재배되는 2대 품종 중 하나인 로부스타(Robusta)는 야생에서 도입돼 지난 100년간 주요 커피 품종으로 자리를 잡았다.
야생 커피나무종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그 씨앗을 받아 씨앗은행에 보관하거나 국가 단위의 삼림보호 구역에서 보존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절반 가까운 품종의 씨앗이 보관돼 있지 않고, 3분의 1 가까이가 삼림보호 구역 밖에서 자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비스 박사는 커피 도매상들이 커피 생산자에게 공정한 값을 치러 커피 재배를 개선하고 다양한 품종을 보존할 수 있게 해야 하며 정부도 야생 커피나무를 보호하고 커피 작물을 쉽게 재배할 수 있도록 숲을 보존하고 재건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커피 애호가들이 당장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하면서도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이 귀중한 자원을 보존하기 위한 조치를 지금 취하지 않는다면 커피 재배에 밝은 미래를 가질 수 없다는 점"이라고 했다.
커피 애호가들에게 반가운 소식도 있다.
지난 1954년 이후 사라진 것으로 알려진 '스테노필라(stenophylla)' 커피나무가 이번 연구를 통해 새로 발견된 것이다. 시에라리온의 고지대 커피로도 알려져 있는 스테노필라는 풍미가 아라비카를 뛰어넘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데이비스 박사 연구팀이 작년 12월 시에라리온에서 한 그루를 발견한 뒤 이를 번식시키기에는 부족해 라이베리아 국경을 넘어 6시간을 걸어간 끝에 한 언덕에서 스테노필라 군락지를 발견했다고 한다.
eomn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