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판사·검사 국회전문위원 파견 중단되지만 '로비창구' 여전(종합)

입력 2019-01-17 18:20  

부장판사·검사 국회전문위원 파견 중단되지만 '로비창구' 여전(종합)
대법원, 국회에 전문위원 파견 중단…검찰도 하반기 중단할 듯
향후 후임자 국회 내부승진 방침…자문관은 유지 '한계'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전·현직 국회의원의 재판 청탁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대법원이 올해부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문위원으로 근무할 부장판사를 국회에 보내지 않기로 했다.
이는 부장판사 출신 전문위원을 임용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한 국회 측의 공식 요청에 따른 결정으로 전해졌다.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17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대법원이 부장판사를 보내겠다던 기존 입장을 철회했다"며 "국회 요청을 대법원이 받아들인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는 그동안 법원에서 2명, 검찰에서 2명씩을 받아 전문위원과 자문관으로 법사위에 배치해왔다.
현재 법원 출신으로는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지낸 강병훈 전문위원과 서울중앙지법 소속 권혁준 자문관(판사)이 근무 중이다.
강 전문위원은 법원을 퇴직하고 국회에 취업하는 형식을, 권 자문관은 국회에 파견 나온 형식을 각각 취한 상태다. 이 중 강 전문위원은 다음 달 20일께 2년의 임기를 마치고 국회를 떠날 예정이다.
통상 국회에서 임기를 마친 전문위원은 다시 법원에 재임용되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과거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근무하던 검사 출신들처럼 사실상 파견에 가까웠다.
국회는 애초 강 전문위원의 후임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순수한 개방형 공모제도를 도입할 계획이었다. 그간 후보를 공모하더라도 사법부에서 점찍은 부장판사를 그대로 선발해오던 '불완전' 개방형 공모의 관례를 깨려 했던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이 다시 부장판사 1인을 사실상 내정하기 원했고, 국회는 이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대법원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은 전날 국회를 방문한 조재연 신임 법원행정처장과 만나 부장판사의 전문위원 공모 신청을 철회해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한편, 지난달 법사위 전문위원 선발 공고를 내고 후보 신청을 받아 서류심사를 해오던 국회는 관련 절차를 중단하고 내부승진으로 빈자리를 채우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국회는 이날 개방형 직위 선발 시험 위원회를 열어 전문위원 지원자들이 제출한 서류를 검토, 적격자가 없다고 판단하고 재공고를 내지 않기로 결정했다.
국회는 또한, 현재 법사위에서 근무 중인 검찰 출신 이문한 전문위원의 임기가 오는 9월로 끝나면 후임자를 검찰에서 받지 않고 내부승진으로 선발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검찰도 국회 입장을 고려해 검사 파견을 고집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부장판사와 부장검사급 인사를 국회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제도가 전면 폐지되는 셈이다. 법사위 전문위원 수를 기존 3명에서 2명으로 축소하는 방안은 국회 내에서 추후 검토될 수 있다.
다만 법원과 검찰에서 국회에 파견하는 자문관은 여전히 남아있어 '로비창구'가 완전히 닫히지는 않았다는 지적도 국회 안팎에서 제기된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공소장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2015년 5월 의원실로 불러 재판 민원을 한 상대방은 법원 출신 전문위원이 아닌 자문관이었기 때문이다.
국회 관계자는 통화에서 "자문관 제도를 폐지할 계획은 없다"며 "국회에서 대법원으로 파견 간 직원도 있고 상호 인력 교류를 아예 끊어버리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법사위 관계자는 "통상 법원과 검찰 출신 전문위원은 법안 검토에 매진했고, 국회와의 연락 업무는 자문관이 전담해왔다"며 "이번 제도 개선이 의혹을 완전히 불식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hanj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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