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레이건 행정부 때 구상 떠올리는 '트럼프판 스타워즈' 계획
'우주에 센서층·요격기 설치' 골자…北에 '美방어 강력' 간접 메시지
로이터 "어색한 시점에 전략 발표"…중국·러시아·이란도 겨냥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워싱턴DC에 도착하는 1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국방부 청사인 펜타곤을 찾아 새 미사일 방어전략을 발표한다.
새 전략은 발사된 적의 미사일을 신속히 탐지하고 대응하기 위한 센서층과 요격기를 우주에 설치하는 방안이 핵심으로, 김 부위원장의 워싱턴 방문시점과 맞물려 있어 발표가 이뤄지는 점이 미묘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 펜타곤에서 연설하면서 새로운 미사일 방어전략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로이터·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연설 하루 전 취재진에 요약본으로 배포된 '미사일 방어 검토보고서'는 미 국방부가 우주에서의 방어 기술을 확대할 필요가 있으며 이러한 시스템을 통해 발사된 적의 미사일을 신속히 탐지·추적하고 궁극적으로 요격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미국은 발사된 적의 미사일을 더 빨리 탐지할 수 있게 우주에 센서층을 깔고 추진엔진이 연소 중인 발사 초반에 타격할 수 있는 요격기를 우주에 설치하는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제언했다.
이는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 미국이 검토했던 '스타워즈' 구상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지적했다.
미 고위 당국자는 취재진에 "우주는 미사일 방어의 향후 단계에서 핵심이라고 본다"면서 "우주의 센서층은 발사된 미사일을 식별하고 추적하고 조기 경보를 울리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당국자는 우주에 기반한 미사일 방어시스템의 가능성에 대한 연구만 진행한 것이지 이를 실행하기 위한 결정이 내려진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새로운 미사일 방어전략은 실재하는 북한·이란의 위협에서 미국을 보호하고 러시아와 중국이 개발한 선진 무기시스템에 대항하기 위한 것이라고 AP는 전했다.
북한의 미사일 위협만 겨냥해 검토보고서 작성이 이뤄진 것은 아니지만 마침 김 부위원장이 방미하는 날에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과 보고서 공개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북한에 대한 간접적 메시지가 담긴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김 부위원장과 진행할 고위급회담 등을 앞두고 미국의 강력한 미사일 방어시스템을 과시하는 방식으로 기선 제압을 하려는 의도가 담겼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펜타곤 연설과 미사일 방어 검토보고서 공개 일정이 김 부위원장의 방미 일정 확정 이전에 정해졌을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트럼프 대통령의 '펜타곤 일정'이 북측에 주는 우회적 메시지가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김 부위원장 일행이 고위급회담 등을 위해 방미할 예정이라면서 "보고서의 공개가 어색한(awkward) 시점에 이뤄진다"고 짚었다.
통신은 "보고서가 어느 범위에서 북한을 다룰지 불분명하지만 고위 당국자는 '적어도 북한이 보고서에 언급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북한은 2017년 11월 29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를 시험발사하며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다음달 한국 국방부는 고각 발사됐던 화성-15가 정상 각도로 발사될 경우 1만3천㎞ 이상 비행이 가능하다고 평가했는데 이 경우 미국의 수도 워싱턴DC까지 포함된다.
화성-15의 정확한 사거리나 북한의 ICBM 대기권 재진입 기술 확보 여부 등은 아직 불분명하지만 미국은 이를 중대한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다.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도 ICBM 폐기 문제가 핵심 협상의제의 하나로 다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다퉈 신형 무기를 개발하며 미국을 견제해온 러시아와 중국 등도 미국의 미사일 방어전략 공개에 발끈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는 지난해 말 신형 극초음속 순항미사일의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면서 요격이 불가능한 미사일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중국 역시 미사일방어망을 무력화할 극초음속 무기와 신형 탄도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해왔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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