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의 음유시인'으로 불리는 밴드…24일 내한공연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덴마크 밴드 루카스 그레이엄은 '북유럽의 음유시인'으로 불린다. 2016년 발표한 인터내셔널 데뷔앨범 수록곡 '세븐 이어스'(7 Years)가 13개국 차트 정상을 휩쓸며 북유럽 감성을 톡톡히 전파했다.
2017년 '지산 밸리록 뮤직 앤 아츠 페스티벌'로 한국 팬들과 만난 이들이 오는 24일 서울 예스24라이브홀에서 첫 단독 내한공연을 연다. 이메일 인터뷰로 먼저 만난 루카스 그레이엄은 최근 발매한 앨범과 음악에 대한 소신 등을 차근차근 소개했다.
루카스 그레이엄은 2012년 밴드와 동명의 프런트맨과 마크 팔그렌(드럼), 매그너스 라르손(베이스), 캐스퍼 다우가드(키보드) 4인조로 출발했다. 2016년 캐스퍼가 탈퇴한 뒤 미국인 윌리엄 헤링턴(키보드), 존 소신(기타)을 영입해 5인조가 됐다.
루카스 그레이엄은 자기 이름을 따 밴드명을 지은 이유에 대해 "밴드가 결성되기 전부터 내 이야기를 음악으로 만들어왔기 때문"이라며 "'더 리저드'(The Lizzards)나 '더 매지션'(The Magicians) 같은 밴드 이름은 너무 1950년대스러웠다"고 장난스레 말했다.
그는 덴마크라는 국적이 음악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았다고 한다. 아일랜드 태생 아버지 덕분에 집에선 영어를 썼다고 한다. 다만 '크리스티아니아'라는 지역에서 자란 건 크나큰 음악적 자양분이 됐다. 덴마크 히피들의 천국으로 불린 크리스티아니아는 1971년 공권력이 최소한만 미치는 자유 지역으로 만들어졌다. 그레이엄은 "어느 계절이든 어딜 가나 음악가가 많았다. 어릴 때 공연장 도어맨으로 일하며 공짜로 공연을 보곤 했다"고 회고했다.
북유럽에서 주목할 만한 뮤지션을 묻자 덴마크 여성 싱어송라이터 '무'(MØ)와 듀오 '퓨처 애니멀스'(Future Animals)를 추천했다. 그러면서 오늘날 획일화한 서구 팝 시장을 꼬집었다.
"사실 힙합 인기는 새로운 트렌드는 아닙니다. 1990년대에도 힙합은 유행했어요. 오늘날 인기 있는 랩은 굉장히 솔직한 내용을 담았지만, 팝은 거의 패스트푸드 같지 않나요? 공장에서 찍어낸 듯한 음악이 너무 많아요. 예컨대 10명의 아티스트가 비슷한 시기에 음악을 냈는데, 그게 모두 같은 작곡가가 쓴 노래라면 분명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루카스 그레이엄은 최근 인터내셔널 정규 2집 '더 퍼플 앨범'(The Purple Album)을 발매했다. 딸에 대한 사랑을 담은 앨범인데, 앨범명도 딸 이름(비올라·보라색)에서 따왔다. 그는 아버지가 된 이후 변화에 대한 질문에 A4 용지 한바닥을 꽉 채울 만큼 긴 답변을 보내왔다.
"성격이 아주 부드러워졌고 참을성이 생겼죠. 젊은 남자로는 지닐 수 없는 지혜를 배우고 있어요. 그래서 더 많은 아이 아버지가 되고 싶어요. 또 사람들에게 모두 다 같은 시간에 같은 경험을 할 수는 없다고, 빨리 뛰어가지 않아도, 한숨 돌려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집에 있을 때만큼은 휴대전화를 넣어두고 딸과 함께 성장하려 노력해요. 함께 레고를 만들고, 딸만의 나무 부엌에서 시간을 보내는데요, 딸이 '수프가 뜨거우니까 식혀 먹어'라고 얘기해줘서 불어서 먹어야 해요."
딸에 대한 애정도 듬뿍 표현했다. 그는 "아직 2살 반인 딸이지만 최대한 의견을 물어보려고 한다. 공원에 가고 싶은지, 놀이터에 가고 싶은지 결정권을 주는 게 중요하다"며 "딸이 음악을 하고 싶어 하든 기자가 되고 싶어 하든, 무엇을 한다 해도 응원해줄 것이다. 성공은 돈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루카스 그레이엄은 좋은 음악을 만드는 비결로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 꼽았다.
"자신의 목소리를 잘 들어주는 게 가장 중요해요. 자신의 말을 들을 수 있다면, 다른 사람 말도 잘 들을 수 있을 거예요. 스마트폰과 인터넷이 너무 발달한 오늘날 우리는 세상에 귀 기울이느라 되려 자신에게는 그러지 못하고 있죠. 자신에게 조금 더 귀 기울인다면, 세상 말들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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