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 탄력성' 높은 우리 이웃 슈퍼맨들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 누구나 살면서 크게 좌절하거나 낭떠러지로 떼밀려본 기억이 있다. 심지어 유명한 위인들과 성공한 부자들도 잘 나가다가 '한 방'에 미끄러진 아픈 경험을 갖고 있다.
시련이란 우리에게 고통만 안기는 나쁜 경험일까.
미국의 저명한 임상심리학자 맥 제이의 저서 '슈퍼노멀'(와이즈베리 펴냄)에 따르면 프리드리히 니체의 격언처럼 우리를 죽이지 못할 정도의 적당한 고통은 우리를 강하게 만들뿐이다.
니체가 제시한 이런 개념은 후일 심리학자들에 의해 '회복 탄력성'으로 정의된다. 다만 제이는 회복 탄력성을 단순히 시련과 실패를 단절하는 것으로 보지 않는다. 실패나 상처를 완전히 망각할 수는 없고 단절할 수도 없다.
오히려 고통스러운 현재 상황 또는 과거의 기억에 매몰되지 않고 건강하고 자신 있는 삶을 되찾고자 끊임없이 해결책을 찾는 능력이 바로 회복 탄력성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현재의 시련은 고통스럽지만 이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자신을 담금질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이런 과정을 통해 한 단계 더 발전한 자아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오히려 성공한 사람들은 성장기에 적당한 아픔을 경험한 비율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시인 딜런 토머스는 "유년기를 불행히 보내는 것보다 더 불행한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유년기를 지나치게 행복하게 보내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저자는 20년간 심리 상담을 통해 축적한, '슈퍼맨' 같은 회복 탄력성을 지닌 '보통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그리고 이들을 '슈퍼노멀'(Super Normal)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정의한다.
슈퍼노멀은 대체로 다른 사람에게 분노를 터뜨리는 대신 직면한 가난, 차별, 괴롭힘, 학대, 방임 등에 맞서 싸워 이겨내는 것을 '훌륭한 투쟁'으로 본다.
부당한 대우를 연료 삼아 어떤 고초를 겪더라도 이를 바로잡겠다는 투지와 각오가 있다. 이들은 결심한 것은 꼭 이루고야 만다는 신념이 있고 넘어져도 툴툴 털고 일어선다는 '오뚝이 정신'이 있다.
저자는 과거 상처를 딛고 선 '슈퍼노멀'이 어떤 식의 복수를 선택하는지에 대해서도 거론한다. 과거 상담한 한 기혼 여성은 모친을 상습적으로 때리던 부친에게서 받은 상처 때문에 아이를 갖지 못하고 망설였다. 남편도 과거 아버지처럼 자신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양육비를 잘 주지 않아서 불행한 가정이 될까 봐 망설였던 것이다.
저자는 '최고의 복수는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과 전혀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이라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금언을 들어 "최고의 복수는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 여성의 경우 원망했던 아버지에 대한 최고의 복수는 아이를 낳아 잘 기름으로써 행복을 얻는 것이다. 다행히 이 여성은 이러한 행복을 실현했고 평범한 삶의 기쁨을 매일 누리고 있다고 저자는 전한다.
김진주 옮김. 480쪽. 1만7천원.
lesl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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