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문제조기' 베를루스코니 전 伊 총리 "유럽의회 선거 출마"
2013년 이후 6년 만에 공직 복귀 수순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추문 제조기'의 오명을 쓰고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있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82) 전 이탈리아 총리가 오는 5월 유럽의회 선거로 정계에 복귀한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17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남부 섬 사르데냐에서 열린 선거유세에서 지지자들에게 유럽의회 선거에 출마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는 "원숙한 나이에 접어든 나는 책임감을 느끼며, 미래에 대한 깊은 통찰력이 결여된 유럽으로 나가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중도우파 정당 전진이탈리아(FI)를 이끌고 있는 그는 오는 20일 열리는 지방 선거에 출마한 FI 진영의 후보들을 지원하기 위해 사르데냐를 찾았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유럽의회 선거에서 무난히 당선될 것으로 보이지만, 그는 유럽연합(EU)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이나 유럽의회가 위치한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유럽의회 의원이라는 직책을 국내 정치를 본격적으로 재개하는 수단으로 삼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도 "'오성운동'과 싸우기 위해 출마를 결심했다"고 설명하며, 집권 정당인 '오성운동'에 대한 적개심을 드러냈다.
기성정치에 반대하는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은 작년 3월 실시된 총선에서 33%에 육박하는 표를 얻어 이탈리아 최대 정당으로 발돋움한 뒤 FI와 오랫동안 협력 관계를 유지해온 극우성향의 정당 '동맹'과 연정을 구성해 창당 9년 만에 집권 세력이 됐다.
오성운동은 총선 후 약 3개월 동안 이어진 연정 구성 과정에서 '낡은 정치'의 상징인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와는 절대 손을 잡을 수 없다고 강조해 베를루스코니를 머쓱하게 만든 바 있다.
베를루스코니는 "아무런 경험도 없고, 무능한 사람들이 이끄는 '오성운동'을 포함하고 있는 이 정부를 변화시켜야 한다"며 "'오성운동'과 '동맹'의 연대는 자연스럽지 않다.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건설업체와 미디어 기업을 거느린 이탈리아 최고의 재벌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한 뒤 총리를 3차례 역임한 그는 미성년자와의 성 추문 의혹과 이탈리아 재정 위기 속에 2011년 총리직에서 불명예 퇴진했다.
그는 2013년에는 탈세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여파로 상원의원직을 박탈당했고, 범죄자의 공직 진출을 제한하는 이탈리아 법에 따라 2019년까지 어떤 공직도 맡을 수 없게 됐다.
그러나, 작년 5월 밀라노 법원이 즉각 복권 판결을 내림에 따라, 그는 정치적 재기를 노릴 수 있게 됐다.
여론조사 결과 그가 대표를 맡고 있는 FI는 현재 약 8.2%의 지지율로 뚜렷한 퇴조세를 보이고 있다. FI는 작년 3월 총선에서는 약 14%를 득표했다.
반면,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한 자릿수 지지율에 그치며 우파의 변방에 머물던 마테오 살비니(45)가 이끄는 '동맹'은 반(反)난민 정서를 등에 업고 인기가 급상승해 FI를 제치고 우파의 구심점으로 자리매김했다.
'동맹'은 현재 32%가 넘는 지지율을 확보해, 지지율 30%가 붕괴한 '오성운동'을 제치고 이탈리아 정당 가운데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다.
ykhyun1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3년 이후 6년 만에 공직 복귀 수순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추문 제조기'의 오명을 쓰고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있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82) 전 이탈리아 총리가 오는 5월 유럽의회 선거로 정계에 복귀한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17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남부 섬 사르데냐에서 열린 선거유세에서 지지자들에게 유럽의회 선거에 출마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는 "원숙한 나이에 접어든 나는 책임감을 느끼며, 미래에 대한 깊은 통찰력이 결여된 유럽으로 나가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중도우파 정당 전진이탈리아(FI)를 이끌고 있는 그는 오는 20일 열리는 지방 선거에 출마한 FI 진영의 후보들을 지원하기 위해 사르데냐를 찾았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유럽의회 선거에서 무난히 당선될 것으로 보이지만, 그는 유럽연합(EU)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이나 유럽의회가 위치한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유럽의회 의원이라는 직책을 국내 정치를 본격적으로 재개하는 수단으로 삼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도 "'오성운동'과 싸우기 위해 출마를 결심했다"고 설명하며, 집권 정당인 '오성운동'에 대한 적개심을 드러냈다.
기성정치에 반대하는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은 작년 3월 실시된 총선에서 33%에 육박하는 표를 얻어 이탈리아 최대 정당으로 발돋움한 뒤 FI와 오랫동안 협력 관계를 유지해온 극우성향의 정당 '동맹'과 연정을 구성해 창당 9년 만에 집권 세력이 됐다.
오성운동은 총선 후 약 3개월 동안 이어진 연정 구성 과정에서 '낡은 정치'의 상징인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와는 절대 손을 잡을 수 없다고 강조해 베를루스코니를 머쓱하게 만든 바 있다.
베를루스코니는 "아무런 경험도 없고, 무능한 사람들이 이끄는 '오성운동'을 포함하고 있는 이 정부를 변화시켜야 한다"며 "'오성운동'과 '동맹'의 연대는 자연스럽지 않다.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건설업체와 미디어 기업을 거느린 이탈리아 최고의 재벌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한 뒤 총리를 3차례 역임한 그는 미성년자와의 성 추문 의혹과 이탈리아 재정 위기 속에 2011년 총리직에서 불명예 퇴진했다.
그는 2013년에는 탈세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여파로 상원의원직을 박탈당했고, 범죄자의 공직 진출을 제한하는 이탈리아 법에 따라 2019년까지 어떤 공직도 맡을 수 없게 됐다.
그러나, 작년 5월 밀라노 법원이 즉각 복권 판결을 내림에 따라, 그는 정치적 재기를 노릴 수 있게 됐다.
여론조사 결과 그가 대표를 맡고 있는 FI는 현재 약 8.2%의 지지율로 뚜렷한 퇴조세를 보이고 있다. FI는 작년 3월 총선에서는 약 14%를 득표했다.
반면,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한 자릿수 지지율에 그치며 우파의 변방에 머물던 마테오 살비니(45)가 이끄는 '동맹'은 반(反)난민 정서를 등에 업고 인기가 급상승해 FI를 제치고 우파의 구심점으로 자리매김했다.
'동맹'은 현재 32%가 넘는 지지율을 확보해, 지지율 30%가 붕괴한 '오성운동'을 제치고 이탈리아 정당 가운데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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