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찬 없었던 듯…비건 특별대표와 롤러 의전장과 함께 이동
백악관서 1마일 떨어진 듀폰서클 호텔에 취재진 북적
(워싱턴=연합뉴스) 이준서 특파원 = 2박3일 일정으로 미국을 찾은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행보는 첫날부터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진 모습이다.
김영철 부위원장이 탑승한 베이징발 유나이티드항공(UA) 808편이 워싱턴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에 도착한 것은 17일(현지시간) 오후 6시 32분께.
김 부위원장 일행은 1시간 뒤인 오후 7시 32분께 공항 밖으로 빠져나와 준비된 차량에 나눠 탑승했다.
미 국무부가 제공하는 '특급 의전' 속에 곧장 공항을 빠져나갈 것이라 예상과는 달리, 1시간가량 공항에 머문 셈이다.
귀빈실 쪽으로 이동해 입국수속을 밟은 것으로 추정되지만,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카운터파트격인 VIP인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 측과 간단한 접견 일정을 진행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미국 측에서는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숀 롤러 국무부 의전장 등이 이들 일행과 함께 움직이는 모습이 포착됐다.
호텔 투숙 과정은 '007작전'을 방불케 했다.
통상 뉴욕을 방문한 북한 인사들이 관행적으로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앞 호텔에 묵는 것과 달리, 이번 워싱턴 일정은 숙소부터 비밀에 부쳐졌다.
백악관에서는 1마일(1.6km)가량 떨어진 '듀폰서클' 호텔이 김 부위원장의 숙소로 확실시되면서 저녁 8시 무렵부터 50명 안팎의 취재진이 몰렸다.
국무부 측 경호 인력들도 모습을 드러냈고, 지난해 7월까지 주한 미국대사 대리를 하다 귀국한 마크 내퍼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 대행도 호텔을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9층짜리 4성급인 이 호텔은 워싱턴DC 도심에서 다소 벗어난 지역에 위치해있지만 보안·경호상 유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위원장은 밤 9시 전후로 숙소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항에서 숙소까지 이동 시간을 고려하면 미국 측 인사와의 공식적인 만찬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정문에 대기하고 있는 취재진을 피해, 건물 구석의 별도 출입구로 들어가는 모습이 일부 외신에 포착되기도 했다. 가급적 동선을 노출하지 않도록 '화물용 쪽문'을 사용한 셈이다.
에스코트 경찰차량도 숙소 부근에서 동행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김 부위원장이 지난해 5월 뉴욕 방문 당시 침묵 속에서도 비교적 당당한 행보를 과시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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