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일탈한 정치인" 징역 5년 구형…김경수 "선의 악용당해"
김경수에 "신의없는 사람" 맹비난한 드루킹도 같은 날 선고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특검의 주장대로 "일탈한 정치인"으로 법의 심판을 받을까, 아니면 본인의 주장대로 "일부 지지자에게 선의를 악용당한" 피해자로 인정받을까.
김경수 지사가 '드루킹' 김동원씨 일당의 포털사이트 댓글 순위 조작에 공모했는지를 두고 이번 주에 첫 법원의 판단이 나온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성창호 부장판사)는 25일 오후 김 지사의 선고 공판을 연다.
김 지사는 드루킹 일당과 공모해 2016년 11월 무렵부터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당선 등을 위해 댓글조작 프로그램 '킹크랩'을 이용한 불법 여론조작을 벌인 혐의로 허익범 특별검사팀에 의해 기소됐다.
김 지사가 드루킹이 운영하는 느릅나무 출판사를 찾아가 킹크랩 초기 버전의 시연을 본 뒤 프로그램 개발을 승인했다는 것이 특검의 판단이다.
드루킹과 지난해 6·13 지방선거까지 댓글 조작을 계속하기로 하고, 그 대가로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도 김 지사에게 적용됐다.
이 혐의를 두고 특검과 당사자들의 입장은 첨예하게 엇갈린다.
특검은 "선거를 위해서라면 불법 사조직을 동원할 수 있고 공직을 거래 대상으로 취급할 수 있는 일탈한 정치인의 모습을 보여줬다"며 김 지사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다.
그러나 김 지사는 이 사건을 "인사 추천이 무산되자 불만을 품고 비정상적으로 반발한 일부 온라인 지지자들의 일탈행위"라고 규정하고 무죄를 주장했다.
김 지사는 드루킹에 대해 "정치인으로서 지지모임을 성실히 대한 제 선의를 악용해 조직 장악에 활용했다"고 비판하며 이들 일당의 불법 행위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반면 드루킹은 자신들이 문재인 대통령을 당선시키고 김 지사를 정권의 2인자로 만들어줬음에도 배신당했다며 문 대통령과 김 지사를 "신의 없는 사람들"이라고 몰아붙였다.
이렇게 서로 입장이 다른 만큼, 지난해 여름 김 지사가 기소된 이후 법정에서도 날카로운 공방이 거듭됐다.
특검과 드루킹은 김 지사가 킹크랩 개발을 승인했고, 이후 수시로 댓글 작업도 지시하고 결과를 보고받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 지사 측은 이와 같은 드루킹 일당들의 증언이 일관되지 않고, 수사 과정에서 '말 맞추기'를 한 흔적이 많다며 신빙성이 없다고 맞섰다.
결국 드루킹 일당들의 증언이 얼마나 인정되느냐에 따라 김 지사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도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 지사에 앞서 드루킹 일당도 같은 날 오전 불법 댓글조작 혐의에 대한 1심 선고를 받는다.
특검이 파악한 드루킹 일당의 댓글 조작 규모는 2016년 12월∼2018년 3월 총 9천971만여 건이다. 여기에는 김 지사가 공모했다는 8천800여만 건의 부정 클릭이 포함된다.
드루킹은 이 밖에도 고(故) 노회찬 전 의원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건넨 혐의, 김 지사의 전 보좌관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도 받는다.
이런 혐의를 포괄해 특검은 드루킹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다.
드루킹과 김 지사 사이 '인사청탁'의 주인공으로 지목된 '아보카' 도모 변호사에게는 징역 3년 6개월을 구형했고, 댓글 조작 등 범행에 가담한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회원들에게는 6개월∼3년의 징역형을 구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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