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만난 트럼프, 이례적 '침묵'…7개월전 만남과는 '판이'

입력 2019-01-19 09:32   수정 2019-01-19 12:55

김영철 만난 트럼프, 이례적 '침묵'…7개월전 만남과는 '판이'
취재진도 안 만나고 트윗에도 北 관련 글 올리지 않아
작년에는 언론에 면담 성과 자랑하고 친서받은 것도 공개



(워싱턴=연합뉴스) 임주영 특파원 = 방미 중인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1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이 7개월여 전 김 부위원장의 첫 백악관 방문 당시와는 사뭇 달라 관심을 끌고 있다.
백악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낮 12시 15분 백악관을 예방한 김 부위원장을 만나 1시간 30분 동안 비핵화와 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논의했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 부위원장의 예방을 받고 면담한 직후 보도자료를 내고 "2차 북미 정상회담은 2월 말께 열릴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면담을 고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담 장소는 추후에 발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샌더스 대변인은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이날 면담이 "생산적이었다"고 평가하면서도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볼 때까지 대북 압박과 제재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하는 등 면담결과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게 전부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부위원장을 면담한 이후 침묵했다. 취재진과도 접촉하지 않았고 평소 국정 관련 현안에 관한 입장을 밝히는 공간으로 애용하는 트위터 계정에도 김 위원장 면담이나 북한 관련 글을 올리지 않았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김 부위원장 면담을 전후해 현장에 취재진의 접근이 허용되지 않아 어떤 분위기에서 면담이 진행됐는지도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2차 북미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달려온 김 부위원장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가 전달됐을 것으로 보이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측은 친서 여부에 대해서도 입을 닫았다.
이런 반응은 1차 북미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작년 6월 1일 백악관을 방문한 김 부위원장을 만났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지난해 방미 당시 김 부위원장은 5월 30일 뉴욕에 도착해 31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회담한 뒤 6월 1일 차편으로 워싱턴DC로 이동,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약 1시간 30분간 면담하고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김 부위원장을 면담한 후 기자들과 만나 "오는 12일 싱가포르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만날 것"이라며 "(회담은) 매우 성공적일 것"이라고 말하는 등 면담 후 결정된 내용을 직접 언론을 통해 공개했다.
또 북미 정상회담 추가 개최를 시사하고 대북 신규 제재를 북한과의 대화 기간에는 하지 않겠다는 등 다양한 언급을 쏟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 친서와 관련해서도 "매우 좋고 흥미로운 친서다. 조만간 내용을 공개할 수 있다"라고 직접 설명했고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큰 봉투에 담긴 김 위원장 친서를 김 부위원장으로부터 건네받는 모습이 사진을 통해 공개됐다.
이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이 면담 후 백악관 집무동 밖까지 나와 김 부위원장의 차량 탑승을 안내하는 모습이 취재진에 공개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수분에 걸쳐 통역을 사이에 두고 김 부위원장과 대화를 나누고 면담에 배석하지 않은 북측 관계자들과 악수한 뒤 북측 대표단,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과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도 연출됐다.



그러나 이번 면담에서 분위기가 사뭇 달라지자 외교가를 중심으로 궁금증이 커지는 분위기다. 무산 위기에 처한 1차 정상회담을 되살린 성과가 있었던 김 부위원장의 작년 방문과 달리 이번에는 기대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은데 따른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2차 정상회담의 시기를 2월말께로 윤곽을 잡았을 뿐 장소를 정하지 못했고, 비핵화와 제재 문제 등을 놓고도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날 면담과 관련, 백악관은 오전 11시께 김영철 부위원장이 폼페이오 장관과 만난 뒤 샌더스 대변인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김 부위원장을 낮 12시 15분에 접견한다고 알렸다.
작년의 경우 폼페이오 장관이 5월 31일 김 부위원장과의 고위급 회담 이후 기자회견을 하면서 이튿날 김 부위원장의 워싱턴DC 방문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김 부위원장의 방미 전부터 백악관이나 국무부가 그의 미국 방문 일정에 대해 구체적 입장을 내놓지 않고 신중한 태도를 유지한 데 이어 이날 트럼프 대통령 예방 뒤에도 백악관이 말을 아끼는 등 미국 측의 '신중 모드'가 이어지면서 2차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조율이나 협상이 향후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
z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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