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직접 개입정황 중심으로 범죄혐의 '반헌법성' 부각
"임종헌 아닌 양승태가 주범"…도주 우려 없다며 기각할 수도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사법행정권 남용의혹의 최종 책임자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구속여부는 그에게 적용된 범죄혐의의 중요성과 검찰의 범죄소명 정도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양 전 대법원장에게 영장 발부 요건인 '도주 우려'와 '증거인멸 우려'가 적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이 기각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검찰이 적용한 범죄혐의가 심각하고 중대하다는 점에 초점을 맞춰 영장 발부에 무게를 두는 분석도 적지 않다.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양 전 대법원장에게 적용한 개별 범죄혐의는 40여 개에 이른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민사소송 '재판거래' ▲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확인 소송 개입 ▲ 헌법재판소 내부정보 유출 ▲ 사법부 블랙리스트 작성 ▲ 공보관실 운영비로 비자금 3억5천만원 조성 등 반헌법적 중대범죄에 직접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양 전 대법원장이 전·현직 판사 다수의 진술과 객관적 물증에도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는 점도 영장 발부 요인으로 거론된다. 불구속 상태로 남은 수사와 재판을 받게 할 경우 사법부 수장을 지낸 그가 후배 판사들과 말 맞추기 등 증거인멸을 시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의 지시를 받고 실무를 책임지다 지난해 11월 구속기소된 임종헌(60)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의 형평성도 일정부분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검찰은 22일께로 예상되는 구속영장심사에서 양 전 대법원장이 각 범죄혐의에 직접 개입한 정황을 중심으로 범죄의 반헌법적 성격을 부각해 재판부를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검찰은 지난 18일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징용소송 재판개입 등 이 사건에서 가장 심각한 범죄혐의들에서 단순히 보고받는 수준을 넘어 직접 주도한 사실이 진술과 자료를 통해 확인되기 때문에 구속영장 청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 여부는 결국 이같은 주장을 검찰이 얼마나 설득력 있게 소명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법원은 지난달 7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해서도 "범죄혐의 중 상당 부분에 관해 피의자의 관여 범위 및 그 정도 등 공모관계의 성립에 대하여 의문의 여지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한 바 있다.
이후 검찰은 임 전 차장의 범죄혐의를 중심에 놓고 '윗선'인 박·고 전 대법관과 양 전 대법원장의 가담 정도를 따지는 법원의 시각을 근본적으로 뒤집기 위해 한 달 반 동안 직접 개입 정황을 뒷받침하는 증거 수집에 주력해왔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재판 개입이나 부적절한 문건 작성 지시가 직권남용죄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법원 판단은 임 전 차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이미 내려진 것으로 보인다"며 "전직 대법관들의 혐의에 설정된 '공모관계 프레임'을 깨는 데 성공한다면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영장이 발부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검찰이 양 전 대법원장의 혐의를 입증할 다수의 진술과 증거자료를 이미 확보했다는 점이 오히려 구속영장이 발부되는데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수사에 필요한 자료를 충분히 확보했으므로 전직 사법부 수장을 구속까지 해 추가 수사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법원이 '이미 다수의 관련 증거자료가 수집된 점', '피의자의 주거지 압수수색을 포함해 광범위한 증거수집이 이루어진 점' 등을 들어 영장을 기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자들에 대한 잇따른 영장 기각결정으로 뭇매를 맞은 법원이 의혹의 '정점'인 전직 사법부 수장에 대해서는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이 집중된다.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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