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퍼드대 연구팀 '네이처'에 연구보고 발표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우리 몸의 통증 메커니즘은 복잡하다.
피부와 근육은 부드러움이나 따뜻함과 똑같이 통증을 느낀다. 통증은 더 많은 아픔을 겪지 않게 미리 경고하는 뜻도 있다. 하지만 공짜는 아니다. 통증에는 불쾌감이 따른다.
과학자들은 어떻게 뇌 신경세포가 통증 신호를 주는지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통증에 수반하는 불쾌감이 뇌에 어떻게 쌓이는지는 알지 못한다.
그런데 스탠퍼드대 과학자들이 통증과 불쾌감을 제어하는 뇌 신경세포 군(群)을 동물실험에서 발견했다고 '미국 공영 라디오(NPR; national public radio)' 인터넷판(www.npr.org)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관련 보고서는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에 실렸다.
신경과학자 그레고리 셰러 박사가 이끈 이 대학 연구팀은 뇌 편도체의 통증 신경세포부터 찾기 시작했다.
가느다란 아몬드 모양의 편도체는 여러가지 감정을 제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편도체의 뒤엉킨 신경세포 중에서 통증과 관련 있는 것들만 정확히 가려내는 게 난제였다.
셰러 박사는 먼저 신경세포 반응을 관찰하기 위해 동료 과학자가 개발한 초소형 현미경을 생쥐 머리에 설치했다. 이와 함께 신경세포가 자극을 받으면 미세한 빛을 내는 형광성 단백질을 편도체에 주입했다.
그런 다음 미니 현미경을 뇌 속으로 깊이 들여보내, 생쥐가 고통스러운 자극에 반응할 때 어떤 신경세포가 빛을 내는지 관찰했다.
고통을 느낀 생쥐는 반사적으로 움츠러드는 행동을 보였다. 실수로 뜨거운 난로를 건드렸다가 '앗 뜨거' 하며 급히 손을 떼는 것과 비슷했다.
그런데 이런 반사행동은 고통을 느꼈다는 것이지 불쾌감이 생겼다는 건 아니라고 셰러 박사는 설명한다.
정확하게 아픈 자극을 피하거나, 자극이 가해진 발을 핥는 것과 같은 행동이 고통으로 불쾌감을 느꼈다는 암시라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런 실험 과정을 거쳐 '기저측 편도(BLA; basolateral amygdala)' 부위에서 약 105개 신경세포가 별자리처럼 빛을 발하는 걸 발견했다. 이 부위는 생쥐가 고통스러워하는 것으로 보일 때만 활성화됐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고통이 커질수록 BLA의 신경 세포군이 더 밝게 빛난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그러나 문제가 다 풀린 건 아니었다. 이 단계에서 고통과 그로 인한 불쾌감을 구분할 필요가 생겼다.
연구팀은 생쥐가 고통스러워할 때 통증 신경세포를 끄고(turn off) 다르게 반응하는지를 관찰해야 했다. 고민 끝에 화학적으로 통증 신경세포를 제어하는 스위치(chemical switches)를 만들어 생쥐에 장치했다.
이 스위치로 BLA 통증 신경세포를 끄자 생쥐의 반응이 달라졌다. 여전히 통증은 느끼지만 불쾌한 것 같은 행동은 보이지 않았다.
만성 통증을 가진 생쥐에 대한 실험에서도 똑같은 결과가 나왔다. BLA 통증 신경세포가 민감해지면 아주 가벼운 자극에도 반응을 보였다. 반대로 이들 세포를 끄면 불쾌하게 느끼지 않는 듯했다.
이는 곧 급성이든 만성이든 통증으로 생기는 불쾌감은 PLA 통증 신경세포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이들 신경세포에만 결합하는 수용체를 찾아내면 세포 활성도를 떨어뜨리는 약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른 감각은 둔하게 하지 않으면서 통증만 완화하는 약제 개발의 가능성이 열린 셈이다.
셰러 박사팀은 이미 이런 수용체를 가려내는 연구조사에 착수했다.
셰러 박사는 "3만여 개의 유전자 중에서 치료의 표적으로 삼을 만한 수용체를 몇 개라도 찾아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che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