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최선희, 스톡홀름 근교 휴양시설에서 철통보안 속 협상 돌입
2차 북미정상회담 성패가를 '비핵화-상응조치' 집중조율…韓중재역할 주목
(스톡홀름=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이정진 기자 =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북서쪽으로 50여㎞ 떨어진 휴양시설인 '하크홀름순트 콘퍼런스'.
스톡홀름에서 고속도로를 타고 40여㎞를 달린 뒤 가로등 불빛 하나 없는 눈 덮인 산길을 한참을 따라가야 닿는 외딴 이곳에서 스티븐 비건 미 대북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19일(현지시간)부터 담판을 벌이고 있다.
한국과 스웨덴, 일본 언론들이 수 시간째 정문 앞에 진을 치고 있었지만, 이따금 차량이 드나들 뿐 한반도 비핵화를 가늠할 북미 실무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분위기는 거의 느낄 수 없었다.
굳게 닫혀있는 철제 대문 앞에서 경비를 서고 있는 스웨덴 경찰들의 모습만이 이곳이 북미 협상장임을 눈치챌 수 있게 하는 단서였다.
대문에 접근하자 스웨덴 경찰들이 막아섰다. 그들에게 "여기에서 북한과 미국이 만나고 있느냐"고 묻자 "모른다"는 대답만이 돌아왔다.
상공에는 드론도 이따금 눈에 띄었는데, 경비를 위한 것으로 추정됐다.
스웨덴 정부가 마련한 이곳에서는 북한과 미국 대표단뿐만 아니라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이끄는 한국 대표단도 머물고 있다.
'하크홀름순트 콘퍼런스'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곳은 '비즈니스 리더들이 방해 없이 만나 협상을 할 수 있는 장소'로 소개돼 있다.
한반도 비핵화 문제의 핵심 당사국인 남북한과 미국의 북핵 고위 당국자들은 이곳에서 22일까지 식사와 숙박을 해결하면서 협상을 이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취재진 등 외부에 신경 쓰지 않고 협상에만 집중하자는 것으로, 그야말로 교황 선출 회의인 콘클라베를 연상하게 하는 '끝장 협상'이 진행되는 것이다.
현지의 한 외교 소식통은 "미국이 특히 극도로 신중한 것 같다"면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의 방미를 계기로 한 고위급회담에 대한 공식 발표도 마지막 순간에야 이뤄지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방미를 계기로 북미 2차 정상회담 날짜가 2월 말로 잡히면서 이견을 조율할 시간이 한 달여밖에 없어서인지 협상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긴장감 속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협상에서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미국이 제공할 상응 조치를 둘러싼 이견이 얼마나 해소되느냐에 2차 정상회담의 성패가 달려있다는 평가다.
북한과 미국은 지난해 6월 첫 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와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이라는 큰 틀의 합의를 이뤘지만 이를 어떻게 담보할지 구체성은 부족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따라서 2차 정상회담에서는 비핵화 조치와 상응 조치를 어떤 식으로 짝을 지을지 로드맵이 마련돼야 한다.
그러나 이번에 북미가 이견을 완전히 해소할지는 미지수다. 북미가 제재완화 등에 대해 여전히 이견이 큰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한국이 북미 간 이견을 좁히는 중재 역할을 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transi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